자본의 반복과 허무주의

[스피노자맑스]

예전에 사보취재 다닐 때 들은 얘기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본사가 부산이었다. 서울 사무소 직원이랑 취재를 마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무 생각 없이 KTX가 생겨서 왕복시간이 단축되니 덜 피곤하고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모르는 소리 말라고 한숨이다. 새마을호 시절에는 어차피 하루만에 다녀오질 못하니까 부산에서 일 보고 회도 먹고 바다도 보고 좀 놀다가 다음날 왔는데 KTX가 생기니 당일출장 처리가 되고 다음날 피곤한데 또 출근해야해서 더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오래 기차나 버스를 타면 멀미나서 힘드니까 시간이 단축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산업자본주의 초기에 가장 먼저 철도가 깔렸다. 물품운송. 자급자족하던 공동체에서 물건이 '상품'의 외형을 띠고 공동체 바깥으로 나가려면 길이 필요했다. 나치집권 시기에도 토건자본은 부흥기를 맞았다. 사람운송을 위해 철도 깔고 수용소 짓느라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굴뚝산업이 발달한 영남지역에 일찌감치 널찍하게 뚫린 고속도로. 운송수단이 발달하는 것은 자본의 순환에 전적으로 기여한다. 그렇게 자본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의 더 큰 폐해는 착취의 강도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의 감각을 '빨리빨리'로 바꿔놓아사람을 쫓기고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KTX가 생기면서 바깥풍경도 사라지고 사람사이 대화도 사라진 것처럼.자본의 속도가 빨라지면 자본에 종속된 일반인의 삶도 빨라진다. 삶이 쫓기는 것은 목적만 보기 때문이고 목적만 바라보면 주변부의 작고 약한 존재를 놓치고 밟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인터넷 서점과 쇼핑몰의 '당일배송'이란 문구만 봐도 숨이 막힌다. 저 당일배송, 30분 배송 등 고객만족을 위해 죽어가는 건 배달노동자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각박한 삶의 공기를 형성해서 나에게도 나쁜영향을 미친다.     

 

얼마전 화물연대는 못자고 못먹고 과적하는 등 무리한 운송업무에 시달리다 못해 파업에 돌입했다. 사람보다 돈의 원리로 작동하는 자본. 그 자본은 유통속도를 '0'화하려는 의지(허무주의)가 있다는 맑스의 분석. 회전속도가 잉여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산물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하는 경우 '거리'는 생산비용 증대로 나타난다.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으려는 자본의 시도.  저렴한 수송 및 통신수단의 생산은 자본에 기초한 생산의 조건이 된다며 맑스는 "시간에 의한 공간의 절멸"이라고 말한다. 도로의 경우는 개별자본의 특수한 이해가 아니라 자본 일반의 이해가 달려있는 생산조건이다. 자본이 도로건설을 필요로하고 또 도로가 수익을 낼 수 있기 위해서는 "대규모 교류를 전제"해야 한다. 사업의 필요성은 크지만 수익이 작을 경우 "자본은 철도를 국가 부담으로 전거시키거나..국가적 욕구로서 나라 전체에 미룬다. 자본은 이익이 있는 사업들..이익이 되는 사업들만을 수행한다."

 

유통시간 없는 유통

 

* 자본의 회전 

:  화폐 -> 노동과 생산수단-> 생산물 -> 화폐로 전환되는 순환 

"자본의 화전에서는 출발점이 귀환점으로 정립되어 있고 귀환점이 출발점으로 정립되어 있다"

 

- 자본순환의 중요성. "생산과정은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기 전에는 새롭게 시작될 수 없다.. 한 생산국면이 다른 국면으로 막힘없이 흐르듯이 이행하는 것이, 과거의 모든 생산형태들에서와는 전혀 다른 정도로 기본조건으로 나타난다."

- "주어진 시간 동안에 얼마나 많은 생산물이 생산될 수 있는가, 주어진 시간 동안에 자본이 얼마나 자주 증식될 수 있는가, 그것의 가치를 재생산하고 배증시킬 수 있는가는 유통의 속도, 유통이 경과하는 시간에 좌우된다."

 

* 자본의 회전을 결정하는 시간은 크게 두 가지 - 생산과정과 유통과정

 

->유통은 생산과정에서 정립된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일 뿐 가치를 창출증식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가치 감소를 초래.

    유통시간을 단축시킬수록-자본의 회전을 늘릴수록- 자본에 유리하다.

-> 자본은 가치증식을 위해 생산과정 - 잉여노동시간 늘림, 유통과정- 자본의 회전수 늘림

-> 유통속도가 빠르면 자본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도 동일한 더 많은 잉여가치를 낳을 수 있다

    '유통속도가 자본의 크기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유통은 가치자체에는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는다.

 

"자본은 한편으로 교류, 즉 교환의 모든 장소적 제약을 무너뜨리고 지구 전체를 그의 시장으로 정복하고자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간에 의해 공간을 절멸시키고자 한다."

---> 유통시간 없는 유통은 자본의 필연적 경향

 

* 자본가의 횡탈   

자본가가 자신의 시간을 바쳐서 유통에 나섰다고 해도 그것은 과잉시간, 비노동시간,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시간이다.

유통비용은 자본가의 시간이 아니라 노동자의 시간을 빼앗은 것. 노동자가 창출한 잉여노동시간을 소모하는 과정이다.

"자본가는 사회를 위해서 노동자들에 의해 차출된 자유시간, 즉 문명을 가로챈 것이다."

 

* 생산과정 자체의 기술적 조건이 자본의 회전에 미치는 영향 문제 제기

-> 만약 농업처럼 어떤 자연적 조건에 따라 일정시간 동안 대지에 작물의 성장을 맡겨놓고 기다려야 한다면,

즉 생산과정 내에서 산 노동의 결합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면 자본의 회전에 영향을 미친다. (비생산적)

 

자본의 소유통과 대유통

 

* 소유통:  노동자에게 급료지급 부분-> 가장 순수한 형태의 유동자본.

 "자본과 노동력 사이의 소유통은 자본 자체를 정립하고 자본의 증식과정의 조건이며 자본의 한 형태 규정, 자본의 실체도 정립한다"

* 대유통: 자본이 유통시간으로 나타나는, 생산국면 바깥의 자본운동.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의 구분

 

맑스는 고정자본-유동자본을 그 형태와 내용,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차이에서 해명

* 고정자본은 생산과정에서 고정. 생산과정 자체에서 소비되고, 다만 소멸하면서 가치를 유통으로 넘겨준다.

사용가치는 남지만 교한가치는 넘어간다.

"고정자본은 생산과정에 들어가서 머물자마자 생산과정에서 사라지며 소모된다."

-> 유동성이 커보이는 사물들 포함. 석탄, 목재, 기름, 수지 등 도구재료

* 유동자본은 사용가치가 양도될 때 교환가치도 실현된다.

 

* 고정자본의 자본의 구성부분이 증가함에 따라 자본의 유통시간이 증가한다.

"일정시간에 그것의 재생산 횟수가 감소함에 따라, 또는 일정한 시간에 재생산되는 자본의 양이 감소함에 따라" 잉여가치의 생산이 감소. 

-> 자본의 유기적 구성, 즉 기계화가 현실화될수록 이윤율은 내려간다.

 

* 자본의 회전을 줄이는 규정들

1) 고정자본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천천히 소비되므로 자본의 회전을 감소시킨다.

2) 멀리 떨어진 시장. 생산물의 화폐로의 전환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자본의 회전을 감소시킨다.

3) 농산물처럼 생산과정에서 생산물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려서 자본의 회전이 감소될 수 있다.

 

자유경쟁에서 나오는 자유환상

 

* 자유경쟁에서 자유롭게 정립되어 있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자본이다.

"자신이 강하다고 느끼자마자 자본은 지팡이를 내던지고 자기자신의 법칙에 따라 운동한다."

-> 이 법칙, 이 외적인 필연성의 현실화가 자유경쟁. 이런 자유는 "모든 개인적 자유의 가장 완벽한 지양이다."

* 자유경쟁 찬미자들이 떠들어대는 "개인들의 사적이익 추구가 일반이익을 실현한다"는 말은

사적인 이익 충돌들의 상호작용이, 자본에 기초한 생산조건들을 재산출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맑스 읽고 나면 서늘하다. '나의 차가운 피를 용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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