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나서나 당신 생각이 따로 없다. 날이 더워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하는데 김진숙 지도위원이 자꾸 생각난다. 그 높은 곳에서 매달린 채 200일이 흘렀다. 매서운 겨울 지나 여름 삼복더위 한 복판까지 왔다. 그동안 목욕을 못하고 지냈다는 얘기다. 희망버스 타고 갈 때 고공 크레인 영상을 봤는데 정말이지 맥주집에 걸린 수영복 입은 여자 나오는 달력 폭 정도의 크기만한 곳에 꽃이불이 깔려있었다. 비좁은 곳에서 잠인들 편히 자겠는가. 부실한 식사. 옹색한 공간. 못 먹고 못 자고. 몸이 다 망가졌을 텐데. 감옥에도 책과 신문은 넣어주는데 크레인에는 올려주지 않는다. 하루종일 뭐하고 지내실까. 그분에겐 트윗이 유일한 세상과의 끈이다.
트윗에 대해 그냥 그랬다. 빠르게 뭐가 올라가고 주고받고 하는 상황이 번잡스러울 거 같았다. 사람들이 하루종일 트윗으로 교류하는 걸 보면서 현대인이 외로운가, 뭐 그런 어설픈 동정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는 걸 보면 '뭔가 있긴 있나보다' 막연히 짐작했다. 요즘 트윗의 위력을 절감한다. 김진숙 지도가 외롭지 않게 된 것도, 희망버스의 연대가 형성된 것도, 잡년행진이 성사된 것도 모두 트윗의 힘이다. 특히 희망버스 타고 갈 때 옆자리에 앉은 유미가 계속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다른 버스와의 사진을 찍어 나누고 상황을 교신하는 걸 보고 완전 신기했다. 무전기를 처음 보는 기분이랄까.
스마트폰은 없지만 노트북에 몇 명의 트위터를 즐겨찾기 해두었다. 수시로 들어가보는데 급류에 휘말리듯 빠져든다. 빠르고 정확한 소식.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 멘션 풍년이다. 역동성과 긴밀함과 유연함이 놀라울 따름. 하나의 신체로 연결된 트윗으로 인해 곳곳에서 새로운 민중의 역사가 생성되고 있다. 김진숙 지도의 고공농성 200일을 떠받쳐주는 힘도 트윗연대로 보인다. 일전에 '나는 영웅이 싫다'는 멘션을 올리셨던데.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영웅. 그런데 크레인에서 나와 손을 흔들고 대중이 열광하는 걸 보면 그녀는 '교황'을 연상시킨다. 수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의지하고 고백하고 다짐한다. 입좌파 생활을 뉘우친다. 트위터에서의 의연하고 따스한 모습. 연설 또한 폭풍감동이다. 폐부를 찌르는 운율은 어쩔 것인가.
한 친구는 '너무 운동권 말투 같다' 그러는데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의 삶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말투도 그대로인 거다. 김규항 말대로, 이명박이든 노무현이든 누가 대통령이 되던지 (진보지식인의 삶이나 달라지지) 조선소 노동자와 전주의 버스기사 아저씨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거다. 스물여섯에 해고되고, 대공분실 세 번 끌려갔다 오고, 징역 두 번 갔다 오고, 수배생활 5년하고, 부산 시내 경찰서 다 다녀보고, 청춘이 그렇게 흘러 쉰 두 살의 머리 희끗한 해고 여성노동자가 된 그녀다. 한 해에도 수십 명의 노동자가 골반압착으로 두부협착으로 추락사고, 감전사고로 죽어가는 절망의 조선소 한진중공업. 그래서 김진숙은 '문상 다니는 시간'이 잔업 다음으로 많았다'고 회상한다.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아, 이래저래 나의 삶의 지반을 흔드는 사람. 그래서 난 요즘 글쓰기도 시큰둥. 어떻게 살 것인가. 총체적 고찰국면이다.
* 이 글 보시는 분 댓글 달아주세요. 선착순 10명에게 김진숙의 <소금꽃나무> 선물하겠습니다.
후마니타스 출판사가 책값 특별판으로 5900원에 내놓아서 큰 부담 없습니다.
받아주세요. 좋은 책 읽어주신다면 제가 힘이 날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