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공동체 ‘연구공간 수유너머’가 지난해 여섯군데로 분리실험을 했다. 지금은 ‘꼬뮤넷 수유너머’다. 그곳에서 공부하는 몇 명이 의기투합해서 주간 웹진 <위클리 수유너머>를 만들었다. 웹마스터 김현식, 웹디자이너 정기화, 그리고 고병권, 박정수, 내가 편집팀을 맡았다. 처음에 동 뜬 사람은 고병권이다. 예전에 어느 술자리에서 “그 옛날 80년대 찌라시를 복원시켜볼까” 그런 얘기를 가볍게 나누었는데 몇 달 후 웹진으로 탄생한 셈이다.
내가 합류한 계기는 지난해 12월 고병권의 권유로 선뜻 그러자고 했다. 오마이뉴스나 다음뷰에 기사를 내면서 자극적인 선정성을 비껴가지 못하는 자본화된 언론에 회의를 느꼈었다. <위클리 수유너머>가 대안 언론이 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이런 일은 사람이 여럿 인거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고병권과 박정수는 지난 3년 수유너머와 접속하는 동안 나에게 가장 많은 촉발을 일으킨 좋은 스승이었다. 우월한 사유능력을 닮고 싶었다.
결초보은할 겸 일도 배울 겸 일단 시작했다. 별도의 사무실도 상근자도 없이 일주일에 한 번 오프라인 회의하고 게시판에서 논의하면서 추진했다. 글 쓰는 사람이 많아서 필진은 쉽게 구성됐는데 인프라 구축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회의가 찾아왔을 때 고병권은 책을 보다가 기운을 얻었다며 말했다. “맑스가 만들었던 ‘독불연보’도 1호만 나오고 말았더라고요.^^”
우리도 (일단은) 창간호가 나왔다. 나는 특집기사에 인터뷰를 쓴다. 전선인터뷰. 주로 언더활동가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빨간 카펫 위에서 마이크 잡고 조명 받는 ‘운동권스타’가 있었다면 누군가는 카펫을 깔고, 마이크를 설치했을 것이다. 광장 한구석에서 묵묵히 변화를 일궈내는 그들을 만나보려 한다. 시도 한편 넣자 하여 내 블로그의 ‘올드걸의 시집’을 베꼈는데 커다란 새집에 덩그마니 있으니 좀 생뚱맞아 보여 당황스럽다. 시간이 지나 거기의 말들과 체온을 맞춰 조화롭게 꽃피길 기다려야겠다.
<위클리 수유너머>는 웹에 존재하는 꼬뮨이다. 생각의 집합체. 권력과 상품이 되는 기사가 아니라 ‘공동의 자산’으로서 정보와 지식을 생산한다는 취지다. 나는 일감이 아닌 놀잇감 하나 생겼다는 생각으로 즐길 작정이다. 어느 정도 긴장이 있어야 글이 날카로워지지만 과한 속도와 성과주의는 열정을 갉아먹는다. 새로운 시도가 중요하다. 애초에 거창한 목적과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꾸준히 행하는 실천 속에서 고귀한 뜻과 의미는 생성되는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