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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앎은 삶을 구원할 수 있는가


가을이 여성들의 계절이라 그런가. 연달아 여성들의 잔치가 열렸다. 목요일(17일)에는 여성연합 후원의 밤. 다음날에는 여성공동체 ‘윙W-ing’ 축제. 두 조직의 주축 세력도 열성 당원도 아닌데, 그러니까 굳이 꼭 가야만 하는 자리도 아니었는데 나는 거기에 있었다. 실뿌리로 엉킨 인연의 타래와 운명적 끌림 때문에 종종 그런 곳에 흘러들어간다. 

봉은사의 밤과 신길동의 밤.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강남의 천년 고찰 미륵불 앞마당에서 열린 지식인 여성운동가들의 밤. 여성연합 후원의 밤에는 학계, 노동계, 문화계, 정계 등등으로 테이블이 배치될 만큼 유명인들이 다 모였다. 정갈한 유기농 뷔페 음식을 나누며 긴 시간 할애해 자리를 빛낸 이름을 소개하고, 요즘 상황이 힘들지만 그럴수록 더 사서 고생하자. 추운 겨울을 견디면 더 평등한 세상 따뜻한 봄날이 온다는 다짐으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초가을 싸한 밤공기와 크나큰 미륵불과 여인의 고운 치맛자락의 나풀거림이 만해의 시처럼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