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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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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걷다 - 쌍차 해고자 복직 걷기대회 오랜만에 걸었다. 정수리 위에다 이글거리는 초여름 해를 지고 강바람 몸에다 걸고 뛰다가 걷다가 흘렀다. 여의도에서 시청까지. 작년 가을 시세미나 시작하고 '토요집회'에 소홀했었다. 아무래도 에너지가 한 곳으로 쏠리면 흐름을 돌리기는 어렵다. 하나의 수도꼭지에 하나의 호수 밖에 들어가지 않듯이 나의 리비도는 '시'에 끼워졌던 것이다. 세미나를 오래해서 여유가 좀 생긴 건지, 아니면 맑스를 읽어서 그런지 집회에 가고픈 충동이 일었다. 재능노조 1500일 투쟁. 쌍차 22명의 죽음. 삼성전자의 멈추지 않는 죽음의 행렬. 내가 공부하는 이유와 내가 공부한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현실에 내 몸을 들여놓고 싶었다. 여의도공원 앞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되기를 기다리는데 낯선 얼굴이 보인다. 김진숙 지도위원이다! 나는 완..
김진숙 309일 승리의 기록, <사람을 보라> 김진숙 지도가 웃으면서 내려오는 장면까지 309일의 기록이 사진전에 전시됩니다. 이번 사진전 디렉터 한금선 작가님이 어제 한진에 내려가셨고 작업한 것까지 추가 프린트하기로 했어요. (언론에 나온 사진인데 볼수록 감동적인.. ㅜㅜ)
진숙농성 300일 <사람을 보라> 사진전을 기획하며 세 개의 움직임이 동시에 일어났다. 하나는 김진숙 지도위원한테 점점 소원해지는 것이 미안스러웠다. 의리없다고 생각했다. 뭘 할 수 있을까 멍하니 틈틈이 고민했다. 둘은 연구실이 별꼴카페와 동거하는데, 아직은 비어있는 시간이 많은 카페가 자꾸 말을 걸어왔다. 나하고 놀자. 좋은 사람들과 멋진 일을 꾸미고 싶었다. 셋은 사진하는 선배가 연구실 구경시켜 달라고했다. 커피 시켜놓고 노닥거리면서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유연함을 이야기하다가 나중에 사진전 하자고 추동했다. 불현듯 사진전을 해볼까. 제안했다. 그 즉시 두어군데. 다음날 한 군데. 전화해서 미팅 날짜를 잡았다. 꿈처럼 무정형으로 흘러간 일들. 4차 희망버스에서 사진집를 샀다. 첫장을 넘겼다. '이것은 우리시대 모두의 운명과 관계된 이야기다' 쓸쓸한 사..
김진숙 고공농성 200일 기념 앉으나서나 당신 생각이 따로 없다. 날이 더워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하는데 김진숙 지도위원이 자꾸 생각난다. 그 높은 곳에서 매달린 채 200일이 흘렀다. 매서운 겨울 지나 여름 삼복더위 한 복판까지 왔다. 그동안 목욕을 못하고 지냈다는 얘기다. 희망버스 타고 갈 때 고공 크레인 영상을 봤는데 정말이지 맥주집에 걸린 수영복 입은 여자 나오는 달력 폭 정도의 크기만한 곳에 꽃이불이 깔려있었다. 비좁은 곳에서 잠인들 편히 자겠는가. 부실한 식사. 옹색한 공간. 못 먹고 못 자고. 몸이 다 망가졌을 텐데. 감옥에도 책과 신문은 넣어주는데 크레인에는 올려주지 않는다. 하루종일 뭐하고 지내실까. 그분에겐 트윗이 유일한 세상과의 끈이다. 트윗에 대해 그냥 그랬다. 빠르게 뭐가 올라가고 주고받고 하는 상황이 번잡스러..
희망버스와 소금꽃나무 # 갈까 말까 한진중공업 최초의 여성 용접공 출신, 김진숙 부산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185일차. 이를 두고 ‘여자의 몸’으로 극한의 외로운 투쟁을 전개한다고들 얘기한다. 모두가 한 여성 노동운동가의 입신에 주목하고 칭송할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는 잠시 딴 생각을 했다. ‘그렇게나 오래 집을 비워도 괜찮은 거면 결혼을 안 했거나 했어도 아이가 없거나 아니면 친정엄마가 옆에 있나보다.’ 얼추 적중. 52세 김진숙은 비혼이다. 그 사실을 알려준 친구가 덧붙인다. 아마 김진숙 정도의 인물이 남자였으면 그의 옆에는 헌신하는 여성이 필시 있지 않았겠느냐고. 지난주, 김대리의 대출광고 스팸 문자를 압도한 문자메시지가 있으니 ‘희망버스 타자’는 불온한 속삭임이다. 또 다른 ‘여자의 몸’은 고민했다.남편 ..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 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 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 나희덕 시집 , 창비 6월에서 7월로 건너온 일이 꿈만 같다. 글쓰기강좌 끝나고 보자며 미뤄놓았던 약속의 순례의 나날들. 남편이 월수금, 내가 화목토 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