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시대의 문학을 말하다 - 사사키아타루와 손홍규

[사람사는세상]

지난 4월부터 와우책문화예술센터에서 일한다. 매년 10월 홍대 주차장길에서 북페스티벌을 진행하는 게 가장 주된 사업인 사회적기업이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올해로 10년. 나는 책과 관련한 축제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다. 4월 1일 입사하고 보름 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의 시간을 보냈고, 그 미어짐의 와중에 일을 해야했고, 그렇게 나온 기획이 '시대의 중심에서 문학을 말하다'라는 국제포럼이다. 우리 삶에서 재난 이전과 이후의 분할선을 어떻게 그어야할지 모르겠으나, 재난의 시대에 문학-읽고쓰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싶었다. 근래 인상 깊게 읽은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 치열한 무력을>의 사사키 아타루를 지난한 과정 끝에 섭외했고, 국내 발제자는 <서울>을 쓴 손홍규 작가를 초청했다. 토론자로 고병권, 함돈균, 김소연과 함께 한다. 10월 4일 행사를 앞두고 지난 7월 하순에 사전 모임을가졌다. 그 때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서 국외 발제자인 사사키에게 메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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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사키 아타루씨.

 

 

한국은 20년 만의 마른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 되었습니다. 하늘도 눈물이 말라버린 것만 같습니다. 희미한 한숨 같은 더운 바람만 간간히 불어옵니다.

 

지난 7월 24일은 세월호참사 1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하루 전인 7월 23일 한국 포럼 참가자들이 홍대 근처 카페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유럽 여행 중인 김소연 시인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오는 10월 열리는 포럼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편안하고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 1.

저희는 먼저, 사사키 아타루씨의 <이 치열한 무력을>에 들어있는 2011년 후쿠오카 강연을 바탕으로 한 텍스트 내용과, 국내 발제자인 소설가 손홍규의 <서울> 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을 공유했습니다. <서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재난 이후, 끝나버린 세계의 주인인 소년을 화자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소설은 묻습니다. 종말 이후는 이전과 얼마나 다른 것인가. 종말 이전과 이후에 '우리'는, '타자'는 서로 무엇이 되는가. 이는, "지금이 3.11 이후라는 것이 엉터리다. 지금이 무슨 일이 일어나기 이전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일갈했재난을 바라보는 사사키 아타루씨의 문제 설정과도 겹치는 부분입니다. "문학은 무력하지만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사사키 아타루씨의 말에 손홍규 씨의 <서울>이 화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 2.

손 작가는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지 몰랐다며, 유가족이 고립된 사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이 시대는 이미 '다른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며 "(다른 시대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본질에 대한 힌트를 얻고싶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고병권 철학자는 압도적 무력감을 느끼는 이 시기에, 정치, 경제가 붕괴되는 이 때에 만약 문학과 철학이 함께 무너진다면 문학과 철학의 힘의 원천이 권력에 있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며, 말문이 닫힌 시대일수록 말의 권리, 원천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함돈균 평론가는 2009년 용산참사 이후 글쓰기의 방식이 바뀌었다고 고백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음을, 시대를 관통하는 글쓰기의 행위에 대한 고민을 터놓았습니다. 평론은 소설처럼 물음만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진단을 요하기 때문이지요. 점점 대화는 무르익었습니다. 세월호라는 심연에 묻힌 숱한 삶의 재난들에 대해서 온갖 말들과 증언이 오갔습니다. 우리가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임의 징표를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칸트는 '나를 떠나서 너에게로 갈 수 있을 때'가 인간의 징표라고 했지요)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키워드가 강박적으로 사용되는 현상을 통해 드러난 망각에 대한 공포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 3.

10월에 열리는 저희 포럼은 3.11대지진이나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에 대한 어떤 진단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성격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 현재진행형의 사건에 대해서 “이럴 때 작가는 이렇게 해야 된다“라고 규정할 수 없는 문제이며 하나의 현상에 대해 도덕의 문제를 끌어들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재난이라는 것은 시험의 과정, 하나의 물음을 받는 과정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로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것, 어떤 ’결론‘이 나올 필요는 없으며 그렇다고 문제를 피해서도 안 된다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국내 참가자들은 이웃나라에서 찾아오는 사사키 아타루 씨를 우정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틀에 갇히지 않은 직관적인 형식의 강연을 환영합니다. 엄숙하고 무거운 자리가 아닌 '북페스티벌'의 포럼답게 진지하지만 경쾌한 자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우리의 말할 권리.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닌 어떤 이야기라도 말하고, 읽고 쓰는 권리의 촉발이 되는 귀한 시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 4.

사사키 아타루 씨의 메모 형식의 발제문이 오는 대로 국내 참가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만약 늦어질 경우 미리 연락을 주시면 저희 업무처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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