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시장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세월이 저만치 비켜간 곳, 모란시장길 “지난번에도 깎았잖아요. 내가 모를 것 같아요. 다 알아요. 올 때마다 무조건 깎아달라고 하면 어쩌라고. 나는 뭐가 남느냐고오. 아, 진짜 너무하시네.” 왁자지껄한 시장 통 사이로 우렁찬 사내의 목소리가 파고든다. 가격을 흥정하는 모양이다. 구구절절 하소연이 통했는가. 상대방은 말이 없다. 소낙비처럼 지나가는 시원한 일갈에 주변에 선선한 웃음이 번진다. 요즘은 어딜 가나 ‘고객님~’ 소리가 녹음기 틀어놓은 것처럼 재생된다. 안하무인 고객도 왕으로 모셔야한다. 친절만 있고 인정이 없는 차가운 세태에 비하면 여기는 후끈하다. 소박하고 거칠지만 옥신각신 사람 사는 맛이 살아 있다. 세월이 저만치 비껴간 곳, 성남 모란시장 5일장 풍경이다. “옛날에는 여기가 개천이었어. 복개공사 하기 전에는 대로변에 좌판을 벌..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