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수레'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2.01.03] 꽃수레와 납싹이 (8)
  2. [2011.08.17] 꽃수레의 존재미학 (20)
  3. [2011.01.13] 꽃수레의 사랑으로 (15)
  4. [2010.09.18] 꽃수레의 '의미와 무의미' (10)
  5. [2010.06.21] 꽃수레의 설계노트 (16)

꽃수레와 납싹이

[차오르는말들]

나 홀로 어항에. 외롭게 커다란 물속을 지키던 납싹이. 다른 물고기들처럼 곧 죽겠지 싶어서 방치해두었는데 오래토록 쌩쌩했다. 쓸쓸할까봐 친구 3마리를 사다 넣어주었더니 새끼를 낳기 시작했다. 열마리, 스무마리, 오십마리, 백마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인구조사를 포기했다. 그 잔멸치만한 새끼들을 꽃수레는'신납이'라고 부른다. '신생어+납싹이'라는 뜻이란다. 신납이는 작은 어항에 별도로 보관한다. 그 중에 '중싹이'로 자라서 꼬리에 무늬가 생기고 화려한 지느러미를 자랑하는 어엿한 성체가 되면 큰 어항으로 옮긴다. 딸아이의 오매불망 지극정성 보살핌 끝에 지금은 신납이 170여마리, 구피 10여마리가 되었다. 꽃수레의 납싹이나라. (왼쪽 상단의 꼬리 큰 물고기가 납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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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수레의 존재미학

[차오르는말들]


방학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일년에 두 번 <직녀에게> 노랫말을 바꿔 부르고 싶다. 엄마의 속도 모르고 꽃수레는 그나마 다니던 학교마저 안 가도 된다며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난 두려웠다. 말하기 싫어도 말해야 하고 배고프지 않아도 밥해야 하고 혼자 있고 싶어도 둘이 있게 되는 방학이 내겐 너무 잔인하다. 여튼, 방학 다음 날 꽃수레는 콧노래를 불러가며 계획표를 그려서는 24시간을 분배하더니 여름방학 특집 강령같은 것도 별도로 작성했다. 놀랍게도 대부분 놀기였다. 신나게 놀기, 많이 놀기, 행복하게 놀기. -.-;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 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는 외롭다. 특히 방학. 학원을 가지 않으면 친구를 도통 만날 수 없다. 혼자 놀기엔 여름 해가 길다. 꽃수레는 아침에 일어나 그림 한판 그리거나 종이접기를 만들고 만화책 좀 보다가 학습지 하다가 앞집 아이 스케줄이 빌 때면 같이 논다. 초등학교 1학년 동생이다. 방학특강 들으러 매일 영어학원을 가는데 그 애 오기만을 현관문에 귀 쫑긋 세우고 기다린다. 가끔 놀러갔다가 풀이 죽어 돌아오곤 한다. ‘피아노 선생님 오셔서 왔어...’ ‘오늘부터 수영 다닌데...’ ‘구몬이 밀렸다고 다 하고 놀 수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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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수레의 사랑으로

[차오르는말들]

그저께 남편이랑 싸웠다. 오랜만의 심각한 다툼이다. 무릇 부부싸움이 그렇듯이 사소한 안건이 싸우는 동안 인격 자체를 문제 삼는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남편의 감정 그래프는 원래가 잔잔한 해수면이고 나는 파도치는 유형이다. 그래서 싸움의 러닝타임은 길게 가지 않는다. 내가 폭풍 분노를 퍼부으며 눈물을 찍어내다 보면 남편은 쿨쿨 자고 있다. 허탈하다. 나 홀로 분노의 뒤안길 어슬렁거린다. 하나둘 케케묵은 원한감정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마치 버스가 흙탕물 튀기고 지나간 것처럼, 순식간에 기억의 오물을 뒤집어쓰고서 나는 맹렬히 후회한다. ‘그 때 결판을 내렸어야 하는데......’  

남편이 ‘꼴도 보기 싫어서’ 마루에다 이불을 폈다. 평소에 아빠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야 잠이 잘 온다며 아빠 곁을 사수하던 꽃수레를 꼬드겨서 오늘은 엄마 옆에서 자자고 했다. 이불위에 나란히 누웠다. 불을 껐다.
“수레야. 넌 아빠가 왜 좋니?”
“성진이(아빠)는 내 친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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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수레의 '의미와 무의미'

[차오르는말들]

여름휴가 때 월악산 부근 휴양림을 산책했다. 다들 물놀이를 갔는지 통나무집도 비어있고 그림자 하나 얼씬거리지 않았다. 산으로 난 호젓한 숲길을 넷이서 흩어져 걸었다. 맨 앞에서 이꽃 저꽃 살펴보던 꽃수레. 강아지풀 서너 개 뜯어서 가지런히 세운 다음 뒤돌아 나를 부른다.

“엄마, 이거 '푸르지오'  상징이다! 그치?”
“어머 그러네. 어떻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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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수레의 설계노트

[차오르는말들]

때 이른 무더위로 푹푹 찌던 5월 마지막 일요일. 꽃수레랑 둘이 집을 나섰다. 동네서점에 찾는 책이 없어서 영등포교보에 가는 길이다. 버스는 냉동차처럼 시원했다. 모녀뿐인 텅 빈 버스에 아가씨 두 명이 탔다. 우리 앞쪽에 앉아 종알종알 수다를 떨었다. 난 창밖을 보고 있는데 꽃수레가 말을 건다. “엄마, 저 부채 귀엽다!” 앞자리 아가씨들의 손에는 각각 팬시점에서 산 것으로 사료되는 노란 병아리 모양과 초록 개구리 모양 부채가 들려있었다. “어머, 저런 게 다 있구나. 정말 예쁘다.” 내가 봐도 깜찍해서 호들갑스럽게 맞장구쳤다. (아홉 살 생일날)



꾀쟁이 꽃수레

그리고 며칠 뒤, 밖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꽃수레다. ‘무슨 일이지?’ 요즘 꽃수레는 낮에는 전화를 통 안 했다. 엄마 일하는데 방해될까봐 그런다며 언제부턴가 뜸해졌다. 기특하게 여겼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랑 내 친구한테 엄청 해댄 모양이다. 남편과 친구로부터 ‘꼭 바쁠 때만 전화 온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암튼 나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아보니, 배고파서 간식을 사먹겠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급식 먹고 오자마자 벌써 배고파? 그렇단다. 필요한 돈을 가져가라고 했다. 잠시 후 또 전화가 왔다. 새콤달콤을 사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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