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수레의 설계노트

[차오르는말들]

때 이른 무더위로 푹푹 찌던 5월 마지막 일요일. 꽃수레랑 둘이 집을 나섰다. 동네서점에 찾는 책이 없어서 영등포교보에 가는 길이다. 버스는 냉동차처럼 시원했다. 모녀뿐인 텅 빈 버스에 아가씨 두 명이 탔다. 우리 앞쪽에 앉아 종알종알 수다를 떨었다. 난 창밖을 보고 있는데 꽃수레가 말을 건다. “엄마, 저 부채 귀엽다!” 앞자리 아가씨들의 손에는 각각 팬시점에서 산 것으로 사료되는 노란 병아리 모양과 초록 개구리 모양 부채가 들려있었다. “어머, 저런 게 다 있구나. 정말 예쁘다.” 내가 봐도 깜찍해서 호들갑스럽게 맞장구쳤다. (아홉 살 생일날)



꾀쟁이 꽃수레

그리고 며칠 뒤, 밖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꽃수레다. ‘무슨 일이지?’ 요즘 꽃수레는 낮에는 전화를 통 안 했다. 엄마 일하는데 방해될까봐 그런다며 언제부턴가 뜸해졌다. 기특하게 여겼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랑 내 친구한테 엄청 해댄 모양이다. 남편과 친구로부터 ‘꼭 바쁠 때만 전화 온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암튼 나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아보니, 배고파서 간식을 사먹겠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급식 먹고 오자마자 벌써 배고파? 그렇단다. 필요한 돈을 가져가라고 했다. 잠시 후 또 전화가 왔다. 새콤달콤을 사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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