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16)
읽고 쓰지 않을, 권리 사교육으로 유명한 지역에 강의를 갔다. 앞서 단체 대표가 교육 특구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인사말을 전하더니 여러분들이 글쓰기를 잘 배워두었다가 아이들에게도 알려주라며 자리를 떴다. 객석 대부분은 주부였다. 당황한 나는 황급히 취지를 바로잡았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가르치지는 마세요. 엄마의 옷을 벗고 본연의 나로 사는 방편으로서 글쓰기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분이 손을 들었다. 6학년 아이에게 독서록을 쓰게 하는데 아이가 싫어한다며 무슨 방도가 없냐는 것이다. 엄마 모드는 웬만해선 해제되지 않는다. 아니다. 학부모만이 아니라 교사들도 읽기와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골치라며 묘책을 묻곤 한다. 그럴 땐 되묻는다. 왜 아이들이 꼭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돌아오는 답은 ..
스쿨파스텔 - 논픽션 쓰기 처음학교 개강 신청 링크 : http://www.frente.kr/product?pa=903
어른들의 말하기 공부 새봄 새 학기, 급식 메뉴도 맛있고 문화체험 행사도 많아 기대에 들뜬 소년은 선생님의 다급한 부름을 받는다. 엄마의 부고 소식이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떠나보낸 때가 열다섯. 죽음을 받아들이기에 적당한 나이가 있진 않겠으나 검은 상복이 안 어울리는 연령대는 있다. 그 소년은 스물한살이 되어 그날의 상황과 심정을 글쓰기로 풀어냈고, 어린 상주에게 감정이 이입된 동료들은 숨죽였다. 얼마 전 글쓰기 수업 장면이다. 그가 낭독을 마치자 예의 침묵이 한동안 감돌았다. 합평은 늘 긴장된다. 이런 경우처럼 상실 경험이라면 더하다. 글이 묵직하니 말이 더디 터진다. 적절한 위로와 지적의 말을 찾느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니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불쑥 삐져나온 자기 기억과 대면하느라 저마다 머릿속이 바쁘기도 한 ..
방학 없는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 “대입시를 위한 방편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자기를 이해하는 수단, 타인과 관계를 잘 맺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글쓰기를 저희 아이들에게 (…)” 연초에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에게서 메일이 왔다. 교내 책 쓰기 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요청이다. 아이들을 위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행간에 가득했다. 날짜를 택일했다. 강연 때 프로젝터 같은 영상 기기를 쓰는지 묻기에 강의안을 메일로 보내주며 종이 인쇄를 부탁했다. 파워포인트로 꾸민 자료를 커다란 화면에 띄워놓고 몇 가지 키워드와 이미지로 설명하는 게, 예능프로그램 자막처럼 화면에 공히 ‘느껴야 할 것’을 제시하는 게 나는 영 어색하다. 인문학 정신에 위배된다고 여긴다. 타인과 관계 맺는 방편으로써의 글쓰기 공부니까 더욱이 아이들과 얼굴 보..
성폭력피해자를 위한 책 - 보통의 경험, 아주 특별한 용기 ‘이걸 다 읽어야하는데…’ 머리맡에 책을 두세 권 늘어놓고 손에 한 권을 꼭 쥐고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간다. 나의 취침 의식이 되어버린 일상의 풍경이지만 6월 들어서는 더 쫓겼다. 새로운 동료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기로 결정한 후부터다. 관련 서적 6권. 베개보다 표면적이 넓다. 그런데도 책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꿈의 세계로 빠져버리곤 했다. 그럴수록 마음이 다급했다. 경험과 정보와 감각 면에서 나는 한참 뒤떨어졌으니 분발해야하지 않겠는가 싶어서다. 주변에서도 걱정했다. 내가 성폭력경험자들과 글쓰기 수업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가 경험이 없는데 그들과 같이 수업할 수 있을까?” 나에게 말을 건 이들은 당연히 내가 성폭력 경험이 ‘없다’는 전제 하에 말을 시작했다. 없을 수도..
이문동박물관 - 책으로 되돌아본 '독거노인 5명의 인생史 (서울=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사는 독거노인 5명에게 7년간 반찬봉사를 해온 자원활동가들이 노인들의 인생사를 풀어 쓴 책 '이문동 박물관'이 지난 1월 나왔다. 작년 말 노인들과 자원활동가들이 사진관에서 함께 프로필 사진을 찍었고, 이는 '이문동 박물관'에 실렸다. 2013.3.22 기사 전문 보기 : 자원활동가들 '이문동 박물관' 출간…"한분 한분이 보물" (연합뉴스) 반찬 배달 하며 엮은 '할머니들의 역사' (경향신문) "선생님, 우리 얘기 나왔어요." 봄이에게 문자가 왔고 기사가 링크돼 있었다. 책이 나왔다. 지난 가을, 이 책을 만들기로 계획이 잡히고 반찬 봉사를 해온 친구들과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 기획하고, 스토리텔링을 하고, 초고를 쓰고, 같이 읽고 고치고..
글쓰기의 최전선_ 보고서 2011년 3월 1기를 시작했고 현재 5기 과정을 진행 중이다. 연구실 외에 ‘고양여성민우회생협’과 ‘생기랑마음달풀’ ‘도봉여성센터’ 등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매 강좌마다 10~20여 명의 학인들과 책을 읽고 글을 써서 함께 읽으며 말을 나누었다. 나는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이전의 나와 달라졌다. 마치 아이를 낳고 다른 존재가 되었듯이, 몸만 알아채는 변화가 있고, 구체적으로는 읽는 책이 달라졌고, 만나는 사람이 달라졌고, 살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달라졌다. 한 가지씩 써보려 한다. 1) 어떤 사람들이 오는가 - 오전수업: 주로는 30~50대 전업 주부들이다. 강사, 사업가, 활동가가 있다. 아이 하나 둘 키우면서 육아문제로 고민한다. 결혼 전 일기라도 썼던 사람들,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사람들..
잘 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아서 좋겠다." 언제부턴가 꽤나 자주 듣는 말이다. 며칠 전에도 들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 를 보고 연구실 시 세미나에서 이상시집을 읽고,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선배를 잠깐 만나서 영화 얘기를 - 황금사자상은 김기덕이 탈 것이 분명해보인다고 대감동을 전했더니 나한테 그런 거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아서 좋겠다. 니가 부럽다. 영화 보고 시 읽고 좋은 사람 만나고. 남들이 보면 윤택하고 풍부해보이는 일상이다. 보이는 진실도 있지만 그런데 이렇게 살기 위해서 포기한 것도 있다. 경제적인 안정. 정규직의 안락. 일상의 고요 등등은 반납했다. 나는 매우 잘 놀지만, 늘 불안과 대결하면서 논다. 도봉여성센터에서 글쓰기수업을 시작했다. 글쓰기수업 같이 했던 민우회 후배가 소개해줘서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