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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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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농성장에 가다 함께 글쓰기 공부하는 학인들과 보내고 왔습니다. 이어말하기 대회에 저 은유와 학인들이 참여해서 일인일시, 낭독하고 손맛 좋은 학인이 육개장 끓이고 과일 챙겨와서 배불리 먹었습니다. 사람 곁에 사람, 시 곁에 밥.
기억하고 기록하는 엄마들 "세월호 이후 만든 글쓰기 모임이에요. 거기서 이 책을 읽었어요. 모임 이름이 필공사에요." 필은 쓰기를, 공사는 세월호가 일어난 4월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글쓰기 특강을 했는데, 그 자리에 분홍옷 입은 돌도 안 된 아기와 아기 엄마가 청중으로 참석했다. 아기는 울지 않았다. 2시간 동안 유모차와 엄마품을 오가며 맨 뒷자리를 지키다가 강연이 끝나고 내게 왔다. 몇몇 분들과 책을 들고 사인해달라며 '모임 친구들'이라고 소개하고 기념 사진을 찍자고 했다. 들썽들썽 흥겨웠다. 집에 와서도 이틀 내내 생각났다. 아기를 안고 공부하러 다니는 아기 엄마의 활달한 말투. 품에 폭 안기던 순둥이 아기. 항상 수업태도 양호하다며 아기를 예뻐라 챙기는 아기엄마 친구들의 다정한 눈빛. 세..
알라딘 올해의 책 - 글쓰기의 최전선 후보 이 저에겐 올해의 책입니다. 라고 말해주신 분들이 있었는데 진짜 그런 거면 투표도 해주세요. ^^ 저도 하고 싶은데 차마 제 책에는 못하겠... -.-; http://www.aladin.co.kr/events/award/2015/vote.aspx?start=we 인문/사회/예술/종교 분야에 후보로 올라가 있습니다.
내 자취방에 놀러오다 글쓰기 수업 첫날 자기소개를 하면 이런 사람 꼭 있다. "우연히 은유샘 블로그를 알게 되어 오래전부터 봐왔고요. 망설이다가 신청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개강한 수업에도 있었다. 사연이 더 이어졌다. 정확하진 않지만 복기하면 "책도 내시고...근데 언제부터 글을 잘 안 올리시더라고요. 그럼 내가 직접 보러 가야하나, 인디밴드가 유명해져서 콘서트 열면 보러 가는 것처럼... (웃음)" 뭐 그런 기분으로 왔다고 했다. 쑥쓰럽고 미안하고 고마웠다. 원한 없이 헤어진 옛날 애인 만난 기분이랄까. 그리고 알았다. 내가 블로그에다가 오직 블로그에만 쓰는 글을 안 쓴지가 꽤 오래됐다는 사실을. 전에는 그냥 여기가 내 단골 술집이자, 카페이자, 자취방이었다. 혼자서 오래 머물렀다. 글을 위한 글, 쓰기 위한 쓰기. 목적..
비 오는 날, 혼밥 풍경 혼자 먹는 밥이 '혼밥'이란다. 얼마전에 알았다. 나도 가끔 혼밥을 먹는다. 강의 끝나고 말이 빠져나간 몸에 급히 허기가 몰려올 때다. 그날은 비가 내리고 배가 고팠다. 신촌역 부근이라 ‘신촌수제비’를 찾아갔다. 값이 4천원, 맛도 순하다. 건물 모퉁이에 붙어 있던 허름한 음식점은 바로 옆 건물 안 가게로 이전한 상태였다. 여전히 만석. 잠시 후 2인용 자리가 비어 앉았다. 바로 옆 70대로 보이는 할머니도 혼자 앉아 계셨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말을 걸었다. “여기 앉아요. 그럼 거기에 두 사람이 앉을 수 있잖아.” 할머니는 자기 앞에 앉으라고 했다. 일행처럼 마주 보고 식사를 하자는 거였다. 느닷없는 요구에 당황한 나는 얼른 고개 숙여 시선을 피했다. 자리를 옮겨야하나 말아야하나 머리를 굴리고 있는..
감응의 글쓰기 3기 - 한옥펜션 우중 엠티 장면들 한옥 도착 기념 독,사진 선 합평 후 유흥 엠티에서 '가족오락관' 해보기는 또 처음. 무척 재미났다. 웃자고 하는 게임 죽자고 임한 학인들. 술자리 및 집담회. 대가족 같은 연령대 구성 다음 날 아침 기념촬영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한 ‘우중 엠티’라고 페이스북에 호들갑스럽게 글을 올렸더니 어느 분이 어디서 근거한 말이냐고 물으시길래 제가 지어냈다고 실토했습니다. 처마 끝에 비 떨어지는 소리, 슬레이트 지붕 위로 비 쏟아지는 소리, 대지에 비 내려앉는 소리, 밥 끓고 고기 익고 술 넘어가는 소리가 저를 안 신중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네요. 마지막이라서 그리고 네 편이라서 더 귀했던 글. 하얀 종이 들고 품위를 지킬 수 있어서 스마트폰 켜고 이색체험 합평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남은 시간은 서로의 삶을 ..
강남역 8번 출구 ‘날씨가 추워지는데 혹시 담요는 있나요.’ 근 5년 만에 메시지를 보내고 답을 기다리다 무작정 발길을 옮겼다. 강남역 8번 출구 방향이랬다. 지하도를 빠져나오니 또 하나의 도시다. 잿빛 하늘 아래 푸르스름한 건물들이 어지러이 완강하다. 몇 걸음 내딛자 야트막한 비닐 천막 앞. 이곳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10월 7일부터 농성 중이다. 똑똑, 지나가는 시민인데요. 굵어지는 빗발을 피해 몸을 접어 안으로 들어갔다. 준비한 담요를 건네고 전단지를 보는 둥 마는 둥 나는 뿌연 비닐 천장 위로 고개를 들어 삼성전자 건물을 찾았다. 대관절 어딜까 물었더니 이 일대가 전부라고 했다. 저게 삼성전자, 저건 삼성물산, 이건 홍보관…. 아, 건물 외벽에 회사 로고가 없다. 기둥마다 감사카메..
논픽션 글쓰기 추천글 나는 이런 삶을 살았다고 꺼내놓는 사람들 이야기는, 늘 압도적이었다. 인터뷰 현장에서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이들이 들려준, 그 엄청난 사실을 엄정한 진실로 가공하는 작업이 나의 오랜 글쓰기 과제였다. 언어를 초과하는 현실에 쩔쩔매면서도 나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에 점점 빠져들었다. 글의 힘은 삶에 있음을, 삶의 힘은 글에 있음을 믿게 되었다. 산다는 것은 밀려오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수락의 여정이다. 때로 어떤 일은 삶보다 커서 존재를 덮어 버리곤 하는데, 그럴 때 사람들은 말을 하고 글을 쓴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짓누르는 일이 내가 다룰만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힘일 것이다. 허구가 아닌 사실에 기반을 둔, 예술 창작물보다는 삶의 미학화를 지향하는 이런 글쓰기를 무어라 부를지 막연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