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의 글쓰기 3기 - 한옥펜션 우중 엠티 장면들

[글쓰기의 최전선]


한옥 도착 기념 독,사진

 선 합평 후 유흥

              엠티에서 '가족오락관' 해보기는 또 처음. 무척 재미났다. 웃자고 하는 게임 죽자고 임한 학인들. 

술자리 및 집담회. 대가족 같은 연령대 구성 

다음 날 아침 기념촬영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한 ‘우중 엠티’라고 페이스북에 호들갑스럽게 글을 올렸더니 어느 분이 어디서 근거한 말이냐고 물으시길래 제가 지어냈다고 실토했습니다. 처마 끝에 비 떨어지는 소리, 슬레이트 지붕 위로 비 쏟아지는 소리, 대지에 비 내려앉는 소리, 밥 끓고 고기 익고 술 넘어가는 소리가 저를 안 신중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네요. 


마지막이라서 그리고 네 편이라서 더 귀했던 글. 하얀 종이 들고 품위를 지킬 수 있어서 스마트폰 켜고 이색체험 합평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남은 시간은 서로의 삶을 그룹 인터뷰한 느낌이 들어요. 그룹이 나뉘어 깊은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말들의 풍경은 참 좋더군요. 허밍같은 말랑말랑한 소리가 있고 기차 화통 삶아먹은 나팔소리도 있고 중저음의 끊이지 않는 냇물 소리도 있고 코고는 나른한 소리도 있고 다양한 소리들이 서로를 소외시키지 않고 품어내는 밤이었다고 생각해요. 출장 전문 요리사, 리크리에이션 강사, 사진가, 장소헌팅 전문가, 술과 안주 전문가들이 엠티에 격조를 더했죠.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늦가을만 되면 떠오르는 추억의 영화처럼 남으리라 생각하니 부자된 거 같아 기쁩니다. 


철수님. 글에도 계절이 있다면 철수님 글의 계절은 변화를 거듭하였습니다. 무성한 초록에서 단풍물든 형형색색 가을이 되었다고 할까요. 우리가 함께 한 시간처럼요. 처음 고향집 방문기는 딱딱하고 건조한 글투였는데 마지막 인터뷰는 감성적인 문체가 되었어요. 이제부터 이성과 감성의 조율만 남았어요. 마치 사건기자처럼 정교한 사실을 취재하고 근거로 뒷받침하면서 논리적 틈을 메우면 글이 탄탄해지겠지요. 인터뷰이가 한 주옥같은 말들이나 핵심적인 말들은 직접인용 부호로 표시해주세요. ‘손’이라는 매개를 통해 한 사람의 길찾기를 보여주려는 시도는 참 좋습니다. “한번 크게 삶에서 질러버리”고 싶은 철수님의 마음도 잘 읽히는 글이었습니다. 인터뷰는 두 사람 삶의 합작품!


사영님. H를 딸이 아닌 한 존재로 보고자한 노력이 담담한 문체에서 엿보여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생활, 향후 계획 등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나와서 한 사람의 캐릭터가 그려지고요. 다만 질문이 시간순의 흐름으로 툭툭 짚어보고 가는 것, 그래서 질문이 깊어지지 못하는 게 좀 아쉽네요. 사춘기 시절 정치적 입장이 분명한 엄마, 동생들과의 갈등과 소외, 대학생활의 불만족과 자퇴의 두려움, 서울생활에 대한 동경과 디자이너의 꿈 등 안건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도 좋았을 것 같아요. “굶어죽지 않고 살고 싶다. 예쁜 집에서 품위 유지하며 살고 싶다.” 한 청년이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안간힘이 써야하는 세상이 원망스럽네요. 한 사람의 존재로 다가가는 인터뷰, 딸이라서 인터뷰가 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일단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점이 또 설렘과 희망을 줍니다. 


주연님. 셀프 인터뷰. 형식의 구애됨 없이 또 체면 차리거나 내숭 없이 물 흐르듯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 재밌습니다. 엉뚱한 소녀의 욕망과 자유가 드러난 글. 이 글이 혼잣말의 유희적 성격을 넘어서 한 편의 인물인터뷰가 되려면 인터뷰이의 사회적인 정보가 충실히 담겨야합니다. 몇 살이고, 학교는 언제 그만두고, 하루-일주일은 어떤 생활을 하면서 보내는지. 그러면 독자들은 열일곱살 교복 입은 여학생의 한 가지 이미지가 아닌 자유로운 영혼의 한 개체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겠지요. 다른 삶의 가능성을 상상하도록 좋은 자극도 줄 수 있고요. 글을 쓰고 나서 ‘정보와 자료’를 더 보충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힘 있고 투명한 감수성의 글이 될 거에요. 


박하추억님. 민중자서전의 한 페이지를 읽은 것 같아요. 묵직한 삶의 서사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한 가족의 생애에서 시대적 배경, 사회문제, 인간의 나약함과 위대함, 복잡한 내면 등이 다 보여요. 엉킴 없이 단편소설처럼 잘 녹여낸 게 놀랍고요. 힘겨운 상황에서도 밥 먹고 잠을 자고 또 실망하고 사랑하고 좌절하고 그러면서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행간마다 느껴집니다. 한 사람이 한 생애를 살아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아버지도 둘째 누나도, 막내동생도, 그리고 낯선 엄마까지도 인물이 올올이 돋보입니다. 큰 아이를 부를 때 막둥이 이름을 부른다는 엔딩도 좋네요. 서로에게 영향 받고 의지하고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까요. 박하추억의 목소리가 마치 철근 구조물처럼 이야기를 떠받쳐주어 참 든든했습니다. 




이밖에 마지막 과제는 나누지 못했지만 우정과 신의로 마지막 수업을 함께 해준 분들, “계산이 들어가지 않는” 마음과 자세 고구마와 김치와 들기름미역국 등으로 맛의 진경을 보여준 서주부 프라임넘버님, 근사한 집 알아보고 복잡한 돈계산 도맡아준 미덥고 시크한 연애 좀 해볼 것 같은 언니 수키님, 사진으로 추억을 저장해주고 타고난 게임본능으로 재치만발 우리를 즐겁게해준 나래님, 온갖 몸에 좋은 음식들 술과 육포, 라면과 누룽지로 주지육림의 식탁을 만들어준 영양만점 무지개님, 상추씻기 신공을 보여주고 묵묵히 많은 이야기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의젓한 동료 소금뿌린감자님, 치밀한 준비와 진행으로 가족오락관의 신세계를 연출한 허참이 울고갈 따뜻한 카리스마 진행자 박하추억님, 가을비 같은 차분한 음성과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들뜬 분위기에 시간을 더디게 흐르게 해주는가 하면 보드카 패키지 투척으로 흥지수를 높여준 하루님, 사지가 쭉쭉 늘어나는 개인기를 선보이고 엉뚱한 발언으로 4차원의 세계로 데려가는 눈이 큰 인형 시금치님, 짙은 눈매와 정겨운 사투리가 매력적인 삼각대 같은 균형잡힌 시각으로 상황을 읽어내고 지지해준 철수님, 학인들의 웃음 비타민이자 여러모로 건강을 책임지는 엉뚱발랄 산소같은 동반자 벼루님, 황남빵과 커피로 엠티의 격조를 높여주고 언제나 국화꽃 같은 웃음으로 그 자리에서 웃어주는 사영님,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백만불짜리 보조개로 무뚝뚝한 정다움의 소유자이며 테이크아웃잔이라는 신의 한수로 술맛을 돋워준 센스쟁이 쥬히님, 프랑스 소녀의 미소와 프랑스 컬러 몸빼바지로 엠티패션의 새바람을 일으킨 주연님, 다상담 다안다 다배워로 대화의 풍요를 선사하는 하얀얼굴 미술학도 지식인 지인님, 은근한 애정과 유머로 중구난방 술자리 대화의 맥락을 잡아주고 엄마표 김치와 깻잎을 가져와 행복한 라면밥상을 만들어준 레니님, 



엠티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회비를 미리 내서 애틋함 보여준 에어tj님, 인생을 아우르는 안목과 곰살맞은 애교문자로 학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파파님, 늘 자기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글을 읽고 말을 건네던 착한 얼굴과 단단한 내면의 연경님, 10.5차시까지 자리를 성실히 지켜준 밍기님, 우리들 이야기를 청주에서 공유하는 반려학인 문철님, 주말근무로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친근한 신비주의 서영님, 어느날 바람처럼 사라져 소식이 궁금한 지영님, 미소님, 365일님, 애희님까지도,




“혼자서 가야 할 가없는 세상과 시간의 풍경”(김훈)을 같이 걸어준 그대들에게 고마워요. 


- 은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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