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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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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응의 글쓰기 4기 시작합니다 지식협동조합 '가장자리'에서 벌써 네번째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번에는 여러가지 여건상 실험적으로 평일반/주말반 나눴습니다. 둘다 오후 2시에 시작입니다. ^^
그게 왜 궁금한 거죠? “세상에 저런 일이 어딨어.” 아버지는 TV를 보면서 늘 말씀하시곤 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말도 꼭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나는 그 말이 싫었다. 세상을 다 아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확신하지? 말도 안 된다면서 굳이 보면서 욕하는 것도 이상했다. 나는 자라서 세상에 일어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백발 성성한 아버지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온순한 시청자가 됐다. 아랫집에 사는 60대 초반의 어르신과 엘리베이터에 가끔 동승한다. 오전에 눈곱만 간신히 뗀 몰골로 대파가 삐져나온 장바구니를 들고 있을 때도 보고 저녁 강의를 마치고 노트북 가방 멘 채 밤 12시에 마주치기도 한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하루는 남편이 말했다. “아랫집 아저씨가 당신 무슨..
떡볶이와 케이크 아침 10시부터 밤10시까지 하루에 12시간 일하고 한달에 두번 쉬는 식당일을 십년 넘게 하는 엄마. 그러면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 차리고 과일 깎고 간식, 저녁반찬까지 만들어놓은 엄마의 이야기를 학인이 글로 써왔다. 엄마의 손이 얼마나 바빴을까. 나도 그런다. 아무도 없는 집에 덩그마니 혼자 들어올 딸아이가 마음 쓰여 일을 나가기 전에 싱크대에 매달려있는 시간이 길다. 집에 오면 아이가 먹을 복숭아, 단감, 사과 같은 제철과일을 깎아놓고 떡볶이나 샌드위치를 해놓고 늦는 날에 저녁밥도 해놓고 간다. 우리 꽃수레도 나중에 엄마를 기억하며 '이젠 좀 쉬어도 되요'라는 글을 쓰게 될까. 학인의 글 중 엄마가 해준 간식목록에 '사과넣은 떡볶이'가 있어서 나도 외출 전에 해보았다. 나 홀로 있는 아이들을 생각..
정신장애운동 활동가 송수헌 '변절했다', '돌았다' 손가락질 받던 시절을 보내고정신장애 당사자 운동에 매진하는 송수헌 한아름방송국 국장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고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 -이상 ‘오감도 제3호’ 그는 ‘국장님’으로 통한다. TV 드라마에 나올 법한 국장 캐릭터 그대로 호방한 풍채에 매끄러운 중저음 목소리를 가진 중년 남성이다. 그의 일터는 한아름방송국.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제작과 운영에 참여하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다. 그는 2011년 창립부터 참여한 원년 멤버로 진행자나 제작자로 나서며 ‘보라돌이’라는 닉네임을 썼다. 정신장애인을 ‘미친놈’으로 간단히 낮잡아 부르는 세상이니 만큼 본래 이름 공개를 주저했다. 3년여 방송 생활,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을까. 올해부터는 본명인 ‘송수헌’으로 활..
위로공단 - 그가 누웠던 자리 영화 (감독 임흥순·제작 반달)을 보았다. 일하는 여성노동자 22명의 깊은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얼굴선이 너그러운 중년 여성이 인상적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지난시절을 회고하는 그녀는 1970년대 구로공단 노동자다.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풀밭에서 도시락을 먹는 동네 언니가 멋져 보였고 일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대기업 공장에 취업한다. 실상은 달랐다. 매일 철야작업이 이어져 타이밍 같은 각성제를 먹어야 했다. 관리자의 욕설과 성희롱을 견뎌야 했다. 이 장면에서 나는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취업준비생 시절, 도심의 빌딩숲을 지날 때 직장인들이 몹시 부러웠단다. 하얀 셔츠 위에 출입증을 메달처럼 목에 걸고 손에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삼삼오오 웃고 떠드는 그들을 동경하며 직장생활을 꿈꿨다고. 그런데 막상 건..
김수영 -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 김수영 '봄밤' 제11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시인은 살아있다' '시인 김수영의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