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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떡볶이와 케이크




아침 10시부터 밤10시까지 하루에 12시간 일하고 한달에 두번 쉬는 식당일을 십년 넘게 하는 엄마. 그러면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 차리고 과일 깎고 간식, 저녁반찬까지 만들어놓은 엄마의 이야기를 학인이 글로 써왔다. 엄마의 손이 얼마나 바빴을까. 나도 그런다. 아무도 없는 집에 덩그마니 혼자 들어올 딸아이가 마음 쓰여 일을 나가기 전에 싱크대에 매달려있는 시간이 길다. 집에 오면 아이가 먹을 복숭아, 단감, 사과 같은 제철과일을 깎아놓고 떡볶이나 샌드위치를 해놓고 늦는 날에 저녁밥도 해놓고 간다. 우리 꽃수레도 나중에 엄마를 기억하며 '이젠 좀 쉬어도 되요'라는 글을 쓰게 될까. 학인의 글 중 엄마가 해준 간식목록에 '사과넣은 떡볶이'가 있어서 나도 외출 전에 해보았다. 나 홀로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오후 2시반 성공회대 도착. 운동장 계단에서 한 학생이 기타를 치며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부르고 있다. 난분분한 낙엽과 미세먼지 바람과 햇살에 실려온 노래가 어찌나 감미롭던지. 성공회대 교양학부 고병헌 교수님이 <글쓰기의 최전선>과 <올드걸의 시집>을 잘 읽었다며 나를 초대했다. 독서수업에서 1학년 학생들과 4주에 걸쳐 <글쓰기의 최전선> 책을 읽고 토론을 했고 마지막 시간에 저자와의 대화를 마련한 것이다.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 갔더니 한 남학생이 롤케이크와 테이크아웃 커피 8잔을 준비해 놓았다. 고병헌샘이 "아니 이게 뭐냐?" 놀라 물으시니, "이 책에 나오는 졸업한 학인이 케이크 사들고 수업시간에 찾아온 이야기가 인상에 남아서 저희가 준비했어요." 했다. 고샘이 또 "너희가 무슨 돈이 있어?" 물으니 "조금씩 모아서 샀어요. 이정도 돈은 있어요." 한다. 난 예기치 못한 감동으로 안절부절 했다. 

아는 대로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인데, 학생들이 책을 깊이 읽어주었구나 싶으니 고마웠다. 요즘 바쁘신;; 한홍구 교수님과 그 학생들도 같이 와서 듣게 되었다. 스폰지케이크처럼 촉촉해진 분위기 속에서 책을 삶으로 살아보고자 애쓰는 학생들과 주거니받거니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학생이 준비한 롤케이크는 다같이 먹으려했는데 시간도 없고 상황이 여의치않아 나에게 선물로 준다며 안겨주었다. 

그로써 난 케이크 5개를 들고 오게 되었는데, 두개는 고병헌샘이 강의료가 너무 적어 미안하다며 "꽃수레랑 먹으라"고 미리 사두었다 주었고, 또 화분케이크 2개는 매점에서 만난 한홍구 샘이 선물해주셨다. 아들딸 각각 하나씩 주라구. 떡볶이를 해놓고 나간 수업은 많은데 케이크 다섯개를 들고 들고 온 수업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