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검정색 옷만 고집한다. 검정 등산복에 검정 모자 눌러 쓰고 자전거를 탄다. 검정색 옷을 입는 이유는 쉬이 더러움을 타지 않아 수돗물과 드라이크리닝 비용 등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해가 없는 자전거를 탐으로써 환경을 지킨다. 일상 자체가 검약한 생활의 실천이고 환경에 대한 발언이다. 김광훈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그렇게 정신과 몸을 무장하고는 ‘태양광 도시’로 거듭난 광주 전역을 누비고 다니며 신재생에너지 전도사 노릇을 하고 있다.
“광주는 우리나라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이 가장 잘 돼 있는 도시입니다. 지난 2000년부터 태양에너지 시범도시로 조성되었습니다. 전국에서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 등에서도 견학을 많이 옵니다. 에너지 관련 행정가, 지자체 관계자, 학계, 환경운동가, 학생 등등 그들을 대상으로 광주의 태양에너지 시설을 둘러보며 교육과 홍보를 합니다.”
그의 말대로 광주는 '태양으로 축복받은 곳'으로 통한다. 광주라는 이름도 고려태조(940년 경)때 '빛고을'이란 의미로 지어졌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광주의 일조량은 하루 6.2㎾h/㎡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광주가 풍력, 조력 등 11개에 달하는 신재생 에너지 중 태양에너지에 주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빛고을’ 광주는 도시 전체가 고루 태양에너지 시설이 갖춰져 있고 이는 전국의 태양에너지 시설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라고 한다.
빛고을 광주, 도시 전체가 태양에너지 '시범지역'
가장 대표적인 곳은 행암동 신효천 마을. 이곳은 1.5Km 떨어진 곳에 광역 위생매립장을 건립하면서, 마을전체를 집단이주 시킨 후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시범주택 단지로 조성한 곳이다. 그를 따라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을회관 옥상으로 올라갔다. 단층 슬라브지붕 집집마다 푸른빛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SF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마을 전체가 '태양광 발전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64세대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집열판에 태양광을 모으는 것입니다. 대개는 전력 계량기가 오른쪽으로 돌아가지만 이 마을은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전기를 쓰는 게 아니라 저축하는 셈입니다. 우선은 한전에서 전기를 가져다 쓰고 태양광에너지로 모아 다음날 되갚는 식으로 전기요금이 정산됩니다. 그래서 어떤 집은 전기요금이 한 달에 200원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는 껌 한 통 값도 안 되는 전기료를 내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은 바로 주민들의 ‘뼛속까지 각인’된 에너지절약 마인드라고 답했다. 직접 에너지를 모아서 사용하다보니 과거처럼 별 생각 없이 헤프게 쓰는 게 아니라 하다못해 플러그라도 뽑아 놓고, 눈이 오면 가장 먼저 지붕위로 달려가 집열판의 눈을 치우는 등 전기 귀한 줄을 알게 되더라는 것. 아예 전기소모량이 많은 대형가전제품을 마을회관에 자발적으로 기증한 주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역시 경험이상 좋은 교육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신효천 마을 외에도 광주에는 또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광주 태양에너지 발전의 초석이 되는 조선대학교다. 조선대학교는 국내 대학 중 태양에너지 개발과 실증시설 설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다. 이미 남·여 기숙사를 비롯해 부설고등학교, 교내 항공우주학과 건물, 경상대학교 건물 등에 태양에너지 발전 및 급탕시설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단독·공동주택형 실증단지'와 태양에너지 실증연구단지 등 모든 태양에너지 관련 실증실험 시설이 갖춰져 있다.
플러그 뽑고, 자전거 타는 도시 꿈꾸는 에너지선생님
태양에너지 중심도시의 환경운동가로서 그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빛고을 광주를 찾아오는 연 2000여 명의 방문객들은 모두 그의 태양에너지와 환경문제 전반을 아우르는 영양과 재미만점의 가이드를 받는다. 또한 에너지 정책 관련 관계자들 외에도 중요한 손님들이 있으니 바로 수학여행단과 초등학생 등 미래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그가 각별히 정성을 기울이는 대상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움직이는 에너지 학교’란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직접 태양에너지 시설이 갖춰진 신효천마을과 조선대 등 현장을 돌며 태양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원자력이나 석탄 등은 언젠가 고갈될 에너지고 우리가 너무 많이 써버려서 후손들이 사용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가능한 한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하여 장기적으로 내가 쓰는 에너지는 내가 만들어 쓰는 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념을 설명하죠.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당장은 어려우므로 일단 너희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보자면서 ‘TV안 볼 때는 플러그를 뽑아두자. 방방마다 다니면서 다 빼고 다니라’고 말해줍니다. 코드만 뽑아도 현재 총 에너지소비량의 10%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것은 원자력 한 호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 얼마나 큽니까.”
이야기를 마친 그는 주섬주섬 가방을 열어 온갖 재미난 물건들을 꺼냈다. 건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손잡이를 돌려 발전해서 쓰는 랜턴, 태양광 시계 등등, 이것들을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면서 무심코 쓰는 건전지조차도 환경을 헤치는 물건이라고 설명해준다. 그 때 두 눈을 초롱초롱 뜨고 설명을 듣던 아이들이 나중에 길에서 만나면 달려와 “에너지 선생님! 집에서 플러그 뽑아놓았어요.”라고 말한다며 현장 활동가의 보람을 얘기했다.
“파괴된 자연환경을 복구하는 것보다 미리 신재생에너지의 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된 에너지절약 교육을 통해 홍보하는 게 훨씬 경제적인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을 위해 태양광 도시 광주를 소개하고 푸른길 공원, 5.18묘역, 남도의 먹거리 등과 연계한 멋진 ‘솔라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광주에 오면 신재생에너지의 최첨단 설비를 보고 즐거운 환경교육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에게는 올해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있다. 자전거 타는 도시 만들기다. 대기조건이 썩 나쁘지 않고 1시간이면 광주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여건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풍요로운 햇살 내리쬐는 거리에 꽃내음 가득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곳이 진정 유토피아가 아닐까 그는 상상했다. 김송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