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출퇴근 - 송인혁 MBC촬영감독

[행복한인터뷰]

자출, 그 즐거운 불편에 대하여

 

송인혁(촬영감독), 위진복(건축가), 주권(전문의), 안영춘(기자). 이들은 일터와 집을 자전거로 오가는 시티라이더다. 혼잡한 교통, 과중한 업무, 고단한 육신, 궂은 날씨에도 자전거 출퇴근은 계속 된다.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음주량이 감소하고 뱃살이 들어가는 온갖 효과는 덤. 안장 위의 명상으로 생의 균형을 잡아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서양에서 자전거를 가져와 고종황제에게 처음 소개한 사람인 올리버 에비슨 Oliver R.Avison 박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브란스 의과대학 설립자이자 선교사인 그는 1893년 조선을 방문했다. 궁궐로 출퇴근할 때 가마나 인력거도 탔지만 자신이 가져온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전한다. 이후 자전거는 사람과 세상을 잇는 메신저로 일반에 널리 보급되었다. 산업이 발달하고 노동이 분화되고 도로가 복잡해지면서 일상에서 한동안 멀어졌던 자전거가, 고유가 시대를 맞이하여 인간의 반려기기로 다시금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하는 곳을 원할 때 데려다 주고, 인간의 질주본능을 충족시키고,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기름 값이 들지 않는 자전거의 착한본성때문이다.

 

어른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면 인류의 미래가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던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 통학, 출퇴근이 35-50%에 달할 정도로 일상화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자전거 정책이 활발하다. 자전거 도로가 전국에 실핏줄처럼 번지는 요즘, 자출 권하는 사회가 됐다. 이미 한 발 앞서 자출족 대열에 나선 이들을 만났다.

 

 

 

MBC촬영감독 송인혁

나는 지구를 아름답게 즐기는 사람

 

송인혁은 전 국민의 관심을 모은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지구의 눈물시리즈를 담당한 MBC촬영감독이다. 황제펭귄의 생애주기를 담은 <남극의 눈물> 촬영 당시에는 영하 70도의 혹한을 견디며 300일 간 남극에서 살았다. 극지탐험에 가까운 일정을 마치고 나자 그는 존재변이를 경험한다. 취미가 바뀌고 습관이 변하고 출퇴근 수단이 달라졌다.

 

남극에 1년 갔다 왔더니 회사에서 동료들 사이에 자전거가 유행이더라고요. 한 후배가 직접 조립해서 자전거 타는 걸 보고 재밌어 보여서 저도 해봐야지 싶었어요.”

 

그는 자전거 정비지침서를 보고 연구한 끝에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자전거를 조립한다. 그의 민트색 자전거는 프레임은 룩셈부르크, 바퀴는 이태리에서 공수한 수공예조립품. 물건을 고르고 주문하고 기다리고 세팅하느라 제작에만 6개월이 걸렸다. 자전거에 대한 애착이 취미에서 자출로 이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올해 초부터 170일간 이어진 MBC 파업이다. 이전에는 촬영스케줄에 따라 새벽 5시나 아침 7시 등 출근시간이 들쑥날쑥 했으나 파업기간 중에는 규칙적으로 하루일과가 진행되면서 자출이 가능했다. 자출 동선은 장안동 중랑천에서 여의도까지. 처음에는 1시간 20분 걸렸는데 지금은 50분에 주파한다. “몸의 성능이 무척 좋아졌다.”

 

업무 복귀 후, 일산MBC 사옥으로 가는 날을 제외하고 여의도 본사로 출근할 때만 주3회 정도 자전거로 회사를 오간다. 자출을 못한 날은 집에 와서 뚝섬까지 왕복 40분 거리를 달린다. 이 밖에 근무 중 잠깐 우체국에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점심시간에 냉면 먹고 싶으면 마포대교를 훌쩍 넘어가서 먹고 온다. 자전거를 곁에 두자 자동차와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이는 지구의 눈물을 본 자의 소박한 결심이기도 하다.

 

남극에 있으면 저절로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황제펭귄은 먹이활동 하고 새끼 낳고 기르고 삶이 간단명료해요. 자연도 그대로 살아 있고요. 거기서는 담배를 피우고 꽁초조차도 버리지 못하고 주머니에 넣어 왔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아들이랑 영화보고 햄버거를 먹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더라고요. 일회용품 덜 쓰고 커피 마셔도 빨대 안 쓰려고 해요. 자전거 출퇴근도 평소에 할 수 있는 작고 쉬운 일이죠. 자전거가 매연은 안 내보내니까요.”

 

나는 자전거 고수가 아니다, 환경운동가도 아니다, 운동을 목적으로 죽기 살기로 타는 것도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는 송인혁. 그에게 자전거는 생활 속의 자전거. 황제펭귄이 눈밭을 뒤뚱뒤뚱 오가듯 그는 오늘도 자전거에 몸을 싣고 대지를 달린다. “저는 그냥 아름답게 지구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JK성형외과 대표원장 주권

자전거 타는 의사에게 바른 의술나온다

 

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압구정동. 오전9시가 되자 JK성형외과 건물로 자전거 대여섯 대가 속속 도착한다. ‘JK’ 영문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에 헬맷까지 갖춘 이들은 잠시 후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를 맞이할 의료진. 그 중심에 주권 대표원장이 있다. 그는 명동에 병원을 개원한 97년부터 지금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자출 1세대. 그리고 안면기형전문 개인병원이 직원 100여 명의 JK종합성형전문센터로 성장하는 사이에 자전거출퇴근은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바른 정신, 바른 신체에서 바른 의술이 나온다는 신념으로 JK전 의료진에게 자출을 권장한 것.

 

우리 원장들은 수술대에서 10시간 넘게 서 있는 큰 수술이 많죠. 저런 머슴이 없을 정도로 일합니다. 대개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많이 마시는데 저희는 자전거를 타도록 유도합니다. 의사들이 술을 마시는 건 선배들에게 본 게 그것뿐이라 그렇거든요. 제가 타면 다 탑니다.”

 

JK성형외과는 국내 환자 외에도 중국인, 일본인 등 성형관광 환자의 큰 수술이 많다. 또한 성형외과의 특성상 수술 집도는 물론 상담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JK성형외과 의료진은 평소 자전거로 기초체력을 길러 놓기 때문에 밀려드는 상담과 수술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주권 대표원장은 자부했다.

 

자출문화는 직원들 소통에도 기여한다. 둘만 모여도 자전거 용품 뭐가 있더라, 자전거 라이딩 어디로 갈까를 얘기한다. 공통의 관심사로 똘똘 뭉쳤다. 주권 대표원장은 자전거 얘기하는데 대표가 어디 있고 사원이 어디 있겠느냐CEO로서 건전한 기업문화 창출에 자전거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JK성형외과 자출족은 10여 명, 사이클팀이 20여명이다. 겨울철에는 실내에서 파워훈련법을 실시하는 등 거의 선수급 기량을 갖췄다. 회식날은 한강변 라이딩 후 저녁을 먹고, 홍천으로 워크샵을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간다.

 

주권 대표원장은 자전거 마니아로 유명하다. 골프장의 푸른 잔디를 봐도 자전거 탈 생각에 가슴이 부푸는 소년이고, 국내에 딱 두 대 수입된 자전거 콜나고 페라리 COLNAGO Ferrari’를 보유한 수집광이다. 이촌동 집에서 압구정 병원까지가 너무 가까워서 퇴근할 때는 방화대교나 팔당대교를 돌아서 귀가하니, 해질녘에는 안장 위의 명상가가 된다. ‘주선일미(走禪一味)’ 달리는 맛과 참선의 맛이 같다고 그는 말한다.

 

간화선(화두를 보는 선)이라고 하죠. 속세의 번뇌를 벗어나기 위해 화두를 붙드는 것처럼 자전거를 타면 잡념이 사라집니다. 항상 문제는 보지 않고 행할 때 생기거든요. 자전거는 생각을 벗어나서 제대로 상황을 보게 합니다.” 직시(直視). 정확히 보고 진실을 보는 일을, 자전거는 돕는다는 얘기다. 그가 의료인이자 경영인으로서 생의 중심을 잡아가는 방법은 자출경력 15년 장수 비결과도 일치한다. “무조건 열심히가 아니라 제대로 타면 지치지 않고 오래 탈 수 있습니다.”

 

 

 

 

* LS네트웤스 매거진 <보보담> 2012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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