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함께 한 11월

[니체의답안지]

금요일 아침 커피가 달다. 목요일 저녁에 니체 수업을 끝내고 마시는 첫 커피이기에 그렇다. 어제로 2강이 지났다. 한 고개 넘고 바위에 앉아 쉬는 느낌. 발아래 출발지점이 보인다. 차라투스트라-글쓰기 강의라는 발상.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일이다. 우월한 니체전문가 많은 연구실에서 니체강의 한다고 나서려니 민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꼭 해보고 싶었다. 내 조건에서 열심히 할 자신은 있었다.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는 인생, 해보고 싶은 일은 해야 한다. 설령 망해도 별로 나빠질 게 없다는 게 엄청난 자유를 준다. ㅋㅋ 위대한 사상과 수려한 문체의 원천 차라투스트라를 읽고 밑줄을 긋고 생각을 뒤척이고 그 인식의 거울로 자기 삶을 비추어 글을 쓰고. 그러자고 공지를 내놓고는 조마조마했다. 누가 동조를 해줄 것인가, 과연...가을강좌 모집도 끝나고 연말이 다가오는 어수선한 11. 개강시점으로 참 애매한 때다. 근데 공부를 꼭 3월이나 9월부터 해야 하는 건 아니므로. 나의 준비가 그때서야 완료됐으므로 공지를 띄웠다 

참 이상한 기다림. 연애할 때 전화를 기다리는 것처럼 설렘과 불안이 공존한다. 내가 왜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이 얄궂음을 당하는지, 며칠 동안 후회했다. 나를 외부에 개방하는 일은 역시 쉽지 않았다. 폭풍마감은 아니고 가랑비에 젖듯이 열다섯 명이 찼다. 기분이 좋았던 것이 글쓰기의 최전선 12기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정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 강의를 허투루 하지 않았다는 위안, 계속 헛살지 말자는 다짐을 하게 했다. 허나 강의를 준비하면서 차라투스트라 말고도 두꺼운 니체저서를 다시 뒤적여야했고 난해한 니체의 언어에 짓눌릴 때, 싸돌아다니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일 때 또 번뇌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 난리인가. 대충 살지, 나도 참 애쓴다... 근데 그 터널만 지나고 나면 또 반짝 살만했다. 빈대떡보다 더 자주 뒤집히는 마음. 대범함과 심약함의 진자운동.  

흔들리는 소리가 학인들 사이에서도 들린다. “, 이렇게 써도 되나요?” “이게 맞나요?” “니체 원전을 더 읽고 차라를 봐야하는 게 아닐까요?” 삶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를 위한 삶을 강요해온 교육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은 니체를, 니체의 위험함을 견디지 못한다. 이론적 정합성을 따지고 보편적이고 불변하는 진리모델을 찾으려는 열망을 갖고 있으면 니체는 영원히 잡히지 않는다. 니체는 자기의 사유를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고 분류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 이단아다. 불친절함의 최고봉은 차라투스트라이고. 그러니 문학적 감수성과 독해력이 없으면 삶의 경험치가 적으면 읽기가 힘들다. 니체도 말했다. “차라투스트라 여섯 문장을 이해했다는 것은 그 삶을 체험했다는 얘기다" 하이데거는 말했다. 몇몇 문장에 도취되지 말고 반드시 자기의 사유를 바꿔가는 방식으로 차라를 읽어야 한다고. 첫 시간에 제안했다. 나는 이 수업에서 저마다의 다양한 경험과 인식과 지식이 어우러지는 철학적 오페라를 기대한다고 

거창한 출사표. 과한 의미부여가 때로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지식-진리를 대하는 태도는 삶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다. 약간의 사치를 부리는 삶에 대한 나의 선호. 다른 세상에 대한 나의 눈물겨운 동경그렇기 때문에 누구와 어떤 책을 읽든 원점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물음이 있다. ‘어떤 앎이어야하는가’ ‘나는 얼마나 더 달라질 수 있을까’  '다른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계보학 관련해서 푸코 책을 뒤적이다가 나의 원초적 물음에 응하는 빼어난 문장을 만났다.

"철학적 담론이 밖으로부터 타인들을 지배하고, 그들에게 그들의 진리가 어디에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찾는가를 말해주고자 할 때, 혹은 순수하게 실증적으로 그들의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다고 자부할 때, 그 철학적 담론은 얼마간은 터무니없는 것이다...‘시도’-이것은 의사소통의 목적에 맞게 타인을 단순화시키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진실의 작용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변형시키려는 시험으로 이해되어야만 하는데-는 철학의 살아있는 본체이다."  -<성의역사2>







Chopin's Waltz Brilliante Op. 34, No. 1 in A Flat Major by Lang 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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