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진 공 하나가 게임의 승패를 가르듯, 잘 던진 질문 하나가 토크쇼의 생명을 발한다. 민감한 문제도 자연스레 파고드는 날카로운 질문과 궁금증을 일거에 날리는 진솔한 답변이 돋보이는 신개념 토크쇼 MBC황금어장- 무릎팍도사. 여운혁PD가 똑똑한 Q&A의 비법을 밝힌다.
“다들 궁금해 하죠. 기자들도 못 물어보는 걸 강호동씨가 천연덕스럽게 물어보니까요. 헌데 출연자들은 의외로 자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싶어 하거든요. 그간 못한 이유는 자기 말이 활자화 되는 순간 문자에 의미가 갇히니까 입을 다물었던 거죠. 무릎팍도사에서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표정과 어투가 다 나오고 왜곡의 우려가 적으니까 맘 놓고 얘기하는 거 같아요. 기존의 토크쇼가 문자시대의 질문이었다면 저희는 영상시대의 질문이라고 할까요."
‘속이 훤히 보이는’ 영상시대의 질문법
매주 수요일 심야의 안방극장을 사로잡는 MBC황금어장 여운혁PD의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제1회 영화배우 최민수부터 최근의 153회 장한나까지. 그간 고현정, 비, 황석영, 안철수, 박세리 등 우리사회 인기스타와 명사 등 초특급 게스트가 출연해 일반대중으로서는 접할 수 없었던 그들의 ‘속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는 자극적 사담 들추기 형식이 아닌 한 사람의 치열한 삶을 유쾌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인간극장 토크쇼 버전으로, 매회 평균 20%대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좋은 토크쇼는 질문과 대답을 떠받치는 시스템이 있어야합니다. 카메라 앞에서 단 하나의 질문이 나오기까지 제작진은 책, 출연작, 인터넷, 주변인 인터뷰 등 굉장히 많은 자료 조사를 하고 사전 미팅을 합니다. 이것을 토대로 진행자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적절하게 이끌어내는 건데 그런 면에서 강호동의 역량이 빛을 발하죠. (카더라 통신 관련) 금기시되는 부분까지도 서슴없이 질문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의 물꼬를 트니까요.”
‘그 때 힘들었죠?’ ‘샤워하다가 눈물 났죠’
여운혁PD는 ‘무릎팍도사’식 질문의 기술을 밝혔다. 첫째 ‘나는 당신 편’이라는 애정과 신뢰를 보여라. 성실한 사전조사와 호감어린 눈빛 등 마음을 열고 대해야 상대방도 마음의 빗장을 연다는 것. 둘째, 심각하지 말고 진지해라. 심각함과 진지함은 다르다. 특히 민감한 시안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출연자는 정말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오히려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친구와 가족이 물어보듯이 “야, 너 왜 그랬어~” 하는 식으로 가볍고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편안한 상태에서 속 깊은 얘기가 나온다고.
“예를 들면, 한번은 이혼한 연예인이 출연했어요. 강호동씨가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죠. ‘그 때 힘들었죠?’ 그랬더니 출연자가 ‘네. 샤워하다가 눈물이 났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뜬금없어 나눈 대화지만 시청자들은 전반적인 상황을 다 이해하고 출연자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된 거죠.”
셋째, 적절한 시기를 파악하라. 이것이 관건이라고 여운혁 PD는 강조했다. 애당초 좋은 질문은 없으며 상황에 맞아야 좋은 질문이라는 것. “가령 연애할 때 남자가 여자의 손을 처음 잡는 경우처럼, 잘못하면 뺨맞고 관계가 깨지지만 결정적 순간에 잡으면 사랑이 더 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질문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질문이 아니라 취조와 추궁이 되어 분위기가 경직되기 쉽다. 따라서 진행자는 출연자의 입장과 시청자의 입장을 다각다로 고려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느냐, 돌아돌아 가느냐, 아예 접어두느냐 현장 기류를 살펴가면서 진행자가 판단해야죠."
예전의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예능프로그램을 김밥과 떡볶이에 비유한 적이 있다. 김밥과 떡볶이는 영양가를 따지지 않고 그저 허기가 졌으니 한끼 때우자는 생각으로 먹는 것처럼 예능프로그램도 부담 없이 편하게 보고 즐기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밥과 떡볶이가 우리 일상에서 영양가 이상의 기쁨과 만족을 주듯, 예능프로그램도 그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성스럽고 맛깔스럽게 짜여진 질문과 대답을 통해 그가 시청자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바로 진솔한 인생이야기를 통한 다양한 가치관의 공존이다.
“우리사회가 좀 배타적이잖아요. 나랑 조금만 생각이 달라도 금방 적을 만들고요.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고 말하죠. 특히 연예인한테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요. 한 사람이 도덕적으로 완벽할 순 없어도 한 가지씩은 다 배울점이 있거든요. 그 자리에 서기까지 결코 쉬운 게 아니잖아요.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이런 인생도 있구나’ ‘열심히 살아서 성공했구나’ ‘나와는 생각이 달라도 배울 점이 있구나’하는 것들을 느끼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한 사람 내면의 깊은 강을 건너기 위해 질문과 대답이라는 노를 끊임없이 저어갈 것임을 밝힌 여운혁PD. 그에게 '대박 프로그램' 제작자로서 보람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아침 회의 시간에 조금 늦어도 높은 분들이 이해해주는 것 정도요. 그럴 때 뿌듯하죠.(하하)" 마지막으로 '무릎팍도사‘의 비전을 밝혔다. “이런 사람 가지고도 토크쇼가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시기는 내년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