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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시집

다시 가을 / 도종환 ‘너도 잘 견디고 있는 거지'


 

     구름이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덜 관심을 보이며

     높은 하늘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가을은 온다

     차고 맑아진 첫 새벽을

     미리 보내놓고 가을을 온다

 

     코스모스 여린 얼굴 사이에 숨어 있다가

     갸웃이 고개를 들면서

     가을은 온다

    오래 못 만난 이들이 문득 그리워지면서

     스님들 독경 소리가 한결 청아해지면서

     가을은 온다

 

     흔들리는 억새풀의 몸짓을 따라

     꼭 그만큼씩 흔들리면서

     ......

     너도 잘 견디고 있는 거지

     혼자 그렇게 물으며

 

     가을은 온다

 

 

     - 도종환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