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시 (1) 썸네일형 리스트형 11월의 나무 / 황지우 -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난감한 사람이 머리를 득득 긁는 모습을 하고 있다 아, 이 생이 마구 가렵다 주민등록번호란을 쓰다가 고개를 든 내가 나이에 당황하고 있을 때, 환등기에서 나온 것 같은, 이상하게 밝은 햇살이 일정 시대 관공서 건물 옆에서 이승 쪽으로 측광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 그림자 위에 가려운 자기 생을 털고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병원을 나와서도 병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처럼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나무는 그렇게 자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등뒤에서 누군가, 더 늦기 전에 준비하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 황지우시집 문학과지성사 인생 폼 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11월을 좋아했다. 외로운 나그네 둘이서 언덕을 넘어가는 쓸쓸한 형상이 떠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