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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3] 내가 아프면 당신도 앓으셨던 엄마의 기일 (4)
  2. [2009.06.21] 눈물 젖은 김치 (8)

내가 아프면 당신도 앓으셨던 엄마의 기일

[차오르는말들]

엄마의 기일이었다. 돌아가신지 3년이 흘렀다. 긴 시간이었다. 여자에게 엄마의 죽음은 아이의 출산에 버금가는 중요한 존재사건이다. 엄마의 죽음으로 나는 한 차례 변이를 경험했다. 세상을 감각하는 신체가 달라졌다. 삶이라는 것, 그냥 살아감 정도였는데, 엄마를 통해 죽음을 가까이서 보고 나니까 ‘삶’이라는 추상명사가 만져지는 느낌이었다. 삶은 이미 죽음과 배반을 안고 시작된다. 그것이 ‘인생 별 거 없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의 허무주의적 세계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죽으면 한 줌 재로 될 몸뚱이 나를 다 쓰고 살자’는 억척스런 삶의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엄마의 딸. 굳센 금순이가 됐다고나 할까. 이것은 존재의 깊이와 상관없는 강도다. 단단함. 억척스러움 같은 거. 생의 군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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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김치

[차오르는말들]
서랍을 열었다. 유신시대 복장규제라도 내려졌는지 온통 검은 계통 옷 뿐이다. 편하게 폴로셔츠를 입으려다가 바로 옆에 있는 노란카디건을 꺼냈다. 비오는 날 기분전환을 위해 노란색 우산을 쓰는 것처럼 슬픔이 내리는 몸에 환한 노란우산을 씌웠다. 차를 몰고 성산동으로 갔다. "지영, 묵은 김치 한통 줄까?" 며칠 전 언니한테 문자가 왔고 그걸 받으러 가는 길이다. 하늘은 촉촉한 잿빛이다. 며칠 잠을 설쳤더니 어질어질한데 비까지 부슬부슬 내린다. 누가 등을 치면 몸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시야가 흐려지고 길이 미끄러웠다. 백미러도 잘 안 보였다.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자고 나를 다독여가며 가까스로 차를 몰았다. 언니네 집 앞에 장이 섰길래 수박을 살까 참외를 살까 고민하다가 노란참외가 눈에 들어와 참외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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