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의자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의자 / 이정록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이정록시집 , 문학과지성사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길가에 금은보화처럼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을 가르며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놀이기구를 탄 것 같아서 마냥 가고 싶었지만 늦으면 안 되니까 자중했다. 지하철을 갈아탔다. 늦가을 풍경에 취해 멍하니 앉아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