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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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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화장도 안 하고 다니다간 피부 망가진다는 경고를 20대부터 들었다. 내 딴엔 스킨로션을 바르고 분첩을 두드린 건데 그랬다. 뭘 어떻게 덧발라야 화장한 티가 나는지, 자외선이 차단되는지 알지 못했다. 확 망가지지도 않고 쫙 피어나지도 않고, 피부는 제 나이를 야금야금 먹어갔다. 피곤하면 뾰루지가 나고 뾰루지를 뜯으면 착색이 됐다. 새살이 돋지 않고 어엿한 잡티로 남았다. 세포 재생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어느 날 자고 나니 오른쪽 눈가에 콩알 만한 얼룩이 생겼다. 자고 나니 책에 누운 글자가 흐릿해지던 즈음이다. 혹시? 이건 할머니 손등이나 얼굴에 나는 건데 난 ‘아직’ 40대이므로 설마했다. 노안이란 말을 그랬듯이 그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럴수록 거슬렸다. 내게 ‘화장하라’던 조언자 ..
<비포선셋> 옛사랑과 격한 100분 토론을 벌이다 오래전 주택복권이 나오던 시절, 인생역전을 노리며 매주 복권을 사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지갑에는 항상 1억 원 상당이 들어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다. 결과를 보기 전까지 복권이 1억 원의 가치를 갖는 건 사실이니까. 내겐 사랑이 복권이다. 내 가슴에는 항상 운명적인 사랑이 들어 있다. 복권당첨을 소망하던 그처럼 난 사랑당첨을 꿈꿔왔다. 여러 숫자들의 우연한 배치가 복-돈이 되듯 다양한 감정이 운동하다가 충돌해서 불-꽃을 일으키는 거다. 일상에서든 영화에서든 소설에서든 상관없다. ‘사랑’ 그 자체, 그러니까 전무후무한 기념비적인 사랑을 보고팠다. 은 그런 나의 오래된 러브로망을 구현해준 억만금짜리 영화다. “기념비란 잠재적 사건을 현실화함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시킴, 즉 거기에 실체를 부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