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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도시를 사랑한 자의 쓸쓸한 고백...1

[비포선셋책방]


# 그녀와 도시 (1971~)

‘도시는 살기도 힘들지만 떠나기도 힘든 곳’이라고 브레히트는 말했다. 그녀에게 서울이란 도시가 그렇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서울을 벗어난 삶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4년 전, 집안에 IMF가 닥쳤을 때도 채무를 정리하고 나니 네 식구의 서울살이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주위에서는 서울 근교로 이사를 권했지만 그녀는 악착같이 살던 동네를 고수했다. 지금도 적은 평수에서 네 식구가 성냥갑 속 성냥처럼 끼어 산다. 일인당 할당 면적도 좁고, 도로는 엄청 막히고, 매연 심하고, 물가도 비싸고, 사교육 극성이고, 인심은 각박한 서울. 하지만 그녀는 도도한 한강은 물론 서울의 먼지마저도 사랑한다. 아니 싫은 만큼 좋아한다.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세상을 바라는 김씨에게, 이는 지극히 모순적인 태도일지 모른다.

서울은 자본주의의 ‘생얼’이다. 자본주의가 배태하는 착취, 불공평, 소외와 같은 악의 표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왜’ 서울을 고집하는가. 살기 힘든 것을 참을 만큼 무언가 ‘끌림’이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서울이 주는 달콤 쌉싸름함 때문이 아닐까. 서울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 각종 첨단 시설의 편리함, 친교생활의 충만함 등은, 씁쓸하고 역한 소주 같은 서울살이를 수월하게 해주는 궁합이 잘 맞는 안주거리다. 이미 삼십 년 넘도록 그리 살았다. 미운 정 고운 정 흠뻑 배인 서울이다. 그녀의 신체는 서울에 길들여졌다. 불안하면서도 풍요로운 도시복합체에서 휘청거리는 육신의 지탱 요령을 터득한 그녀는, 그 모순적인 상황이 주는 변화무쌍한 자극을 골똘히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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