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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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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말라르메 "언어의 고행은 실존의 고행이다" “나는 의미란 게 정말로 시에 덧붙여진 어떤 것일까 여러 번 의심했다. 나는 우리가 의미를 생각하기도 전에 시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점을 사실로 알고 있다." 어느 책에선가 보고 베껴놓은 문장이다. 어떤 글을 읽고 뜻도 모른 채 압도당할 때 가장 행복하다. 사고하지 않는 그 바보같은 상태에 빠지는 게 좋다. 가슴이 철렁하고 숨이 턱 막히는 순간. 그것은 절정 체험이랄까 -.-; 머리가 의미를 생각하기 전에 가슴이 반응하는 거다. 황현산의 문장들은, 나를 종종 찰나에서 심연으로 이끈다. 말라르메 을 읽는데 황현산이 5년간 고심했다는 번역과 해설이, 말라르메의 시보다 더 감동적이다. (말라르메 시도 물론 정이 들려는 중이다. 더 여러번 읽어봐야할 것 같다. 처음엔 공부하듯이 무슨 시를 읽는가 싶기도 하지만,..
북촌방향 - 등 뒤의 화살표 안 쓰고 안 만나고 살았다. 조금은 의도적으로 납작 엎드려 지냈다. 이 세상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 하루를 살고 나면, 사십대의 황지우가 그랬듯이 ‘하루를 저질렀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그러고 싶을 땐 그래야 한다. 마음에 쏙 드는 나의 개인기. 직감에 민감하다는 것.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는 홑겹 인생인지라 느낌 대로 사는 게 몸에 배인 편이다. 강의 하러, 세미나 하러, 회의 하러 일주일에 세 번 연구실만 댕겼다. 시내를 지날 때는 유혹에 흔들렸다. 시청에서 지하철을 타면서 핸드폰을 꾹 쥐고는 유준상처럼 이렇게 중얼거렸다. ‘얌전하고 조용하게, 깨끗하게 서울을 통과할 거다.’ 충무로 방향. 얼굴 안 보고 일을 처리하려고 ‘용건만 간단히’ 메일을 보냈다가 께름칙해서 전화를 넣었다. 충무로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