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2.25]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11)
  2. [2009.12.18] 길 / 황지우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 (3)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차오르는말들]

고작 열흘 만이건만 그새 거리에는 봄기운이 파다했다. 햇살이 눈부시고 바람이 간지럽고 피로에 눌린 탓에 원래 크지도 않은 눈이, 마치 열리다 만 셔터처럼 반쯤밖에 안 떠졌다. 그 작은 눈으로 노선 번호를 잘 알아보고 버스를 탔는데 그만 내리는 곳을 두 정거장이나 놓치고 말았다. 허둥지둥 내려 건너편에서 다시 버스를 집어타고 거슬러 올 때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쪽에서 좁혀오는 버스 문틈사이로 겨우 발을 빼냈다. 내 손바닥 같은 활동구역에서 이렇게 해맬 줄이야. 아마도 ‘느리게 산다는 것’의 전지훈련 같았던 스위스여행에 익숙해진 몸의 소행이리라.  

길을 취재하러 가는 길. 이번 테마는 경복궁 3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직진하면 나오는 통인시장 부근 한옥길이었다. 시내에서 약속을 잡을 때 종종 들러 장을 보거나 근처에서 차를 마시던 동네이며, 서울을 여행하는 친구가 있다면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 냄새 나는 길이다. 조금 서둘러 출발해 길담서원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신간을 둘러봤다. 막간을 이용해 정아언니와 접선을 하고 수녀님을 만나 시장으로 향했다. 골목만 돌아서면 동네 이름이 바뀌는 효자동, 누하동, 누상동, 통인동, 옥인동 등 경복궁 서쪽에 있다하여 지어진 ‘서촌’ 일대를 두세 시간 발로 누볐다. (사진:한겨레) 

취재를 마치고 수녀님이 아는 예쁜 카페가 있다하여 경복궁 방향으로 길을 건넜다. 여기는 아니지만 돌아가면 거기가 나올 것 같다며 들어선 골목길. 안으로 깊숙이 굽이쳐 들어가자 떡하니 남의 집 대문이 나온다. 막다른 길이다. 다시 돌아 나오는데 골목길이 또 다른 샛길로 안내한다. 외관만으로도 메인쉐프에게 신뢰가 가는 근사한 파스타 집, 벽면을 유리로 내서 멋진 작품을 걸어놓은 갤러리 등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개성 넘치는 감각적인 한옥들이 듬성듬성 있으니 한 블록 지나가기가 하세월이다.  

더보기

신고

'차오르는말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네 가지 원칙'  (4) 2010.04.03
연아사랑에 눈 멀라  (9) 2010.03.01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11) 2010.02.25
부자엄마의 생일파티  (12) 2010.01.29
어떤 재회  (6) 2010.01.09
엥겔스처럼 '좋은 인연' 만나려면  (8) 2010.01.04

길 / 황지우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

[올드걸의시집]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돌아다녀보면

조선팔도,

모든 명당은 초소다

 

한려수도, 내항선이 배때기로 긴 자국

지나가고 나니 길이었구나

거품 같은 길이여

 

세상에, 할 고민 없어 괴로워하는 자들아

다 이리로 오라

가다보면 길이 거품이 되는 여기

내가 내린 닻, 내 덫이었구나 



 - 황지우 시집 < 게 눈 속의 연꽃>



더보기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