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을 생각하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 방을 생각하며 / 김수영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과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四肢)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