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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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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심부름 고등학교 강연 가는 길은 발걸음이 살짝 무겁다. 대개 교사들이 "책 잘 읽었다. 아이들에게도 글쓰기 강연을 들려주고싶다"며 나를 초대한다. 문제는 피로에 지친 고딩들. 내가 이름 난 작가도 아니고 학생들은 나의 존재를 모를 텐데, '저 사람 뭐임?' 시큰둥 하면 어쩌나. 내가 하는 말이 꼰대스러운 건 아닐까,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수 있을까 등등. 속이 시끄럽다. 며칠전 인천의 한 고등학교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갔다. 40여 명의 초롱초롱 눈망울을 맞추며 '구애'하는 사람처럼 강연을 마쳤다. 한숨 돌리는데, 여학생 둘이 손잡고 다가온다. 그리고 한 여학생의 손에는 초록초록 이 들려있는 게 아닌가? 속으로 감격했다. 내게도 고딩 독자가 있다니!!! 점점 다가오는 긴 머리 소녀. 어떻게 이 책을 알았느..
한겨레 - 여름 제사 시적인 게 뭐예요? 시 수업에서 질문이 나왔다. 난 오래된 시집에서 본 설명에 기댔다. “그 시적인 것은 뭐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고, 딱히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어쩌면 선적인 것과 닿아 있는지 모르겠다.”(황지우, , 64쪽) 그리고 예를 들었다. ‘여름 제사’ 같은 게 아닐까요? 저 오늘 여름 제사 지내러 가요. 얼마 전 지인이 지나가듯 하는 말에 몸이 움찔했다. 여름 피서가 아니라 여름 제사. 이 빗나가고 거스르는 말들의 배열이 내겐 너무 시적으로 다가왔다. 삼복더위에 호화로운 휴가 한번 즐기지 못한 엄마는, 자식들 콩국수 만들어 먹이고 아버지 술안주로 부침개 부치느라 가스불 앞을 떠나지 못하고 낑낑대던 엄마는 한여름에 돌아가셨다. 써보지 못한 여권사진이 영정사진이 됐다. 10년 전이다. ..
감응의 글쓰기 6기, 출간 축하 사진 9차시 수업 전 일찍 온 학인들이 사인해달라고 해서 쑥스럽게 사진을 ^^ 9차시 수업 후 뒷풀이 감응의 글쓰기 3기 무지개님이 보내준 책들 사진.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세권 샀다며.; 글쓰기의 최전선 6기 학인 봄봄님이 전주에서 보내준 사진 (인터넷 서점에서 책 사면 주는 포스트잇)
감응의 글쓰기 7기 시작합니다 강좌 신청 하기
페미니즘 책 한권 보내주세요 숙소로 돌아온 아들이 군용배낭에서 '참치 캔 두 개와 수입과자 한 봉지'를 꺼내더니 서울 가면 여친에게 전해주란다. 열흘간 유격훈련 갈 때 마련한 비상식량인데 여친 주려고 애껴둔 것이란다. 낮동안 아들은 읍내에서 데이트를 했고 서울행 버스에 오르는 여친에게 선물로 주려고했는데 배낭이 숙소에 있어 주지 못한 것이다. 나로서는 그러니까 참치캔과 과자가 왜 선물이 되는지, 이 (흔한)게 뭐라고 주려는 거냐, 택배비가 더 나오겠다;;는 말이 목끝까지 올라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거라도 주고 싶은 게 '군발이 마음'인가보다 싶어서 꾹 참고 있는데 아들이 덧붙인다. "엄마, 이거 보내면서 페미니즘 책도 한권 넣어주세요." 여친이 요즘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거 같다고 했다. 자기 동기가 방학이라 인턴으로 실습을..
쓰기의 말들 - 알라딘 편집장의 선택 / 예스24 오늘의 책 # 알라딘 편집장의 선택 쓰려면 우선 읽어야 한다. 글쓰기 방법론이 끊임없이 쏟아져도, 영원히 변치 않을 진리다. 에서 ‘안다는 것’보다 ‘느끼는 것’을 강조하며 ‘삶을 옹호하는 글쓰기’를 화두로 전한 글쓰기 강사 은유는, 그간 책을 읽다 만난 문장들, 그 중에서도 자신을 글쓰기로 이끈 104개의 문장을 다시 곱씹으며, 그 문장에서 시작된 자신의 글쓰기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문장 “내 안에 파고들지 않는 정보는 앎이 아니며 낡은 나를 넘어뜨리고 다른 나, 타자로서의 나로 변화시키지 않는 만남은 체험이 아니다.”를 읽고는, "앎으로 삶에 덤비지 않도록,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한다.“며 문장에서 문장으로 전해지는 직관을 자기 글쓰기의 태도로 삼고, 그러면서도 “마르크스는 내 문제..
환상의 빛 - 넓어져가는 소란을 위해서 (*영화의 줄거리가 많이 나옵니다.) 영화 초반의 한 장면, 남편이 라디오 소리를 집중해 듣고 있다. 아내가 시끄럽지 않느냐고 묻자 남편이 답한다. 노인네 귀가 잘 안 들려서 크게 틀어놓은 거겠지. 알고 보니 옆집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가 벽을 타고 넘어온 거였다. 이것은 분명 ‘벽간 소음’의 일촉즉발 상황인데 영화에서는 라디오를 공유하는 다정한 이웃 풍경으로 그려진다. 소리로 연결된 관계? 이 때부터 난 영화의 ‘빛’보다 ‘소리’가 귀에 감기기 시작했다. 배경이 기찻길 부근 주택가 가난한 동네다. 부부 사이 아기가 태어났는데 ‘기찻길 옆 오막살이’ 동요에 나오는 아기처럼 순둥순둥 잘도 잔다. 공장에 다니는 남편은 기계 굉음으로 아내가 창밖에서 기다리는 것을 보지 못하고 일에 매진한..
은유의 책 <쓰기의 말들> "모두가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글을 쓰지는 못한다. 인간을 부품화한 사회 현실에서 납작하게 눌린 개인은 글쓰기를 통한 존재의 펼침을 욕망한다. 그러나 쓰는 일은 간단치 않다.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안 쓰고 안 쓰고 안 쓰다 '글을 안 쓰는 사람'이 되어 수업에 왔다는 어느 학인의 자기소개가 귓전을 울린다. 이 책이 그들의 존재 변신을 도울 수 있을까. 글을 안 쓰는 사람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 자기 고통에 품위를 부여하는 글쓰기 독학자의 탄생을 기다린다." - 은유, 프롤로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