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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돌려보내야할 것들

'본래 있던 곳을 잘 기억하고 있다. 궁극에는 돌려보내야 할 것이므로.' (문태준) 


저 글귀를 얻고 기뻤다. 왜 사나, 자꾸만 올라오는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할 때 체념인듯 구원인듯 저 말이 다가왔다. 적어도 내가 받은 것만큼은 돌려놓고 죽자. 살아야할 이유가 삶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평생 내가 받은 보살핌, 관심, 동정, 지지, 호의, 사유, 선물 같은 것들. 그러니까 엄마에게 받아먹은 수천끼니의 밥, 동료에게 얻어먹은 커피와 술, 책에서 쏙쏙 빼먹은 문장, 선배가 찔러준 택시비, 우울한 날 당도한 기프티콘... 어제는 학인이 손수 담근 간장게장을 주었고, 지역에 사는 분에게 가을가을 엽서도 받았다. 받는 것의 목록이 늘고 있다. 수고로움을 거쳐 가까스로 돌아돌아 내게온 것들. 부지런히 되돌려 내어놓지 않으면 종내는 삶의 길이 막힐 것 같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어여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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