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의 글쓰기 2기 마지막 수업 리뷰

[글쓰기의 최전선]

“우리는 아주 작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는데 

얼굴과 얼굴로 오래오래 가만히 마주 보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의 일이었다고 


그러니까 

얼굴은 마주 보는 것 

마음은 서로 나누는 것


사람은 우는 것 사랑은 하는 것“



- 이제니 ‘얼굴은 보는 것’ 중 



마지막 리뷰. 길게 이야기하면 구질구질한 '신파'될 것 같아서 시로 대신합니다.

한마디 뭔가 근사하게 남기고 싶네요. ㅎㅎ 



"얼굴은 보는 것, 글은 쓰는 것"







셔벳님. 구두수선 아저씨 인터뷰. 아저씨랑 짧고 기분 좋은 수다를 나눈 기분이네요.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좋겠어요. 앞으로 오며가며 질문 하나마다 이야기 나누어보세요. 위암 걸렸을 때를 중심으로 ‘상실 이후’에 대하여 물어도 좋겠고, 고객들이랑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삶은 어떤 것이다’ 이런 생각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셔벳님의 글, “이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질문이었다. 노동도 타성인걸까. 굳어진 습관처럼 몸은 동일한 일을 기계처럼 반복하도록 길들여지는것 일까.” 이런 문장 좋습니다. 셔벳님에게 남아 있는 훼손되지 않은 청정지역이 있어요. 어떤 시선과 느낌이 글의 고유함을 자아내고 그게 꿈결인 듯 생시인 듯 아리송하여 좋습니다.  


깻잎님. 어느 여름밤의 대화. 단란한 글입니다. 두 아들과 삼천원 걸고 나눈 대화가 너무 가볍지도 너무 심각하지도 않고 딱 아이들스러워서 좋아요. 문득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 “엄마가 간식을 챙겨줘요?” 같은 부분은 웃음을 주고 “애들을 한 계급 낮은 사람 취급하지 말라”고 하는 대목은 뜨금하네요. 깻잎님은 잘 듣고 잘 풀어내는 능력이 있고 겉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써내는 힘이 있어요. 급히 써서 퇴고를 못한 걸 감안해도 잘 읽히고 울림이 남아요. 언젠가 절실한 글을 써야할 때가 오면 누구보다 붙들고 늘어지면서 더 좋은 글 써내실 거예요. 성실함으로 늘 그 자리에서 수업 함께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꽃파랑님. 공동육아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조금 풀렸습니다. 공동육아, 공동체교육, 비석치기, 망차기, 그리고 인터뷰이 닉네임 물흘러 같은 단어는 읽기만 해도 정화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 글이 급하게 녹취를 풀어놓은 상태라서 어수선합니다. 이럴 때는 중간제목을 달면서 단락을 구성하면 됩니다. 공동육아에 대한 설명보다는 놀며 노래하며 공동육아를 실천하는 물흘러, 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주세요. 글이 딴 길로 새지 않고 하나로 수렴하려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겠죠. 항상 글을 두세 페이지씩 써내는 긴 글 호흡은 꽃파랑님의 큰 장점입니다. 여기에 독자 입장에서 읽으면서 ‘맥락’을 잡아주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여백님. “너는 어찌하여 이런 사람이 되어 글에 색과 향이 있느냐.” 묻게 되네요. 마지막 차시에 여백님의 장점이 녹아든 최고의 글이 나와서 기쁩니다.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도 두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고 둘 간의 팽팽한 긴장도 살아 있고, 불우한 가정사 이야기, 파격적 에로신도 그 어떤 편견 없이 한 사람의 삶에서 공감하고 이해하게 하는 좋은 인터뷰입니다. 자기 검열 없는 것, 표현에 주저함이 없는 것은 글쓰는 사람에게 정말 큰 재산입니다. 사람에 대한 온전한 이해, 멜랑꼴리한 시선까지 곁들여지니 글이 오감을 건드리면서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큰 물음까지 던지게 되네요. 사람을 저버리지 않고 사람과 씨름하면서 나오는 글, 약간의 똘끼까지 곁들여진 어쩐지 비급스러운 요소도 들어있는 그런 불건전함의 건전함이 돋보이는 글 계속 써보시길.  


바쿠님. 논문 글쓰기를 위한 인터뷰 자료를 사람 중심의 인터뷰글로 재구성하기는 어렵죠. 그래도 해볼만한 일입니다. 논문은 사회인 야구인의 야구장 찾기 라는 ‘주제’가 중심이라면 인터뷰는 야구장을 찾는 사회인 야구인 이라는 ‘사람’이 주어가 됩니다. 관점을 달리해서 글을 써본다면 앞으로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바쿠님 덕분에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정보가 부족해서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잘 알지 못했던 체육계의 (빛과) 그림자를 알 수 있었습니다. 

자기 삶의 경험에 근거한 글쓰기, 바쿠님에게는 무한한 글감이 있고 현실을 글로 풀어낼 수 있는 관점과 필력이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전에 학생들에게 말한 체육계 악의 평범성이 더 활개치지 못하도록 글로도 써보는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바쿠님이 가진 익살스러움, 그런데 웃어야한다는 강박에 가려진 우울까지 다 한번 있는 그대로 써보면 글이 훨씬 입체적이고 진실해지겠지요. 자기를 억압하면 어느 정도 이상의 글은 절대로 나오지 않고 어떤 주제를 써도 표면에만 머무르니 비슷비슷한 글이 됩니다. 부디, 익살의 말과 우울의 눈을 다 가진 체육인 필자 바쿠로 거듭나주세요.  


귤님. 이제 보니 ‘이렇게 외롭다고. 우리가’가 제목이었네요. 시큰해지는 제목. 친구의 러브스토리를 외로움으로 보신 거라면, 그거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가 들어가면 좋았겠어요. 귤이 가진 매력이 잘 드러난 글입니다. 가장 길기도 하고요. 서사가 어느 정도 받쳐주었고 시적 운율, 시점의 혼동 등 시적 시도가 글을 세련되게 해주었어요. 

더 파고들기. 이게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시도를 안 해보아서 아직 방법을 찾지 못한 거 같아요. 이 글에서도 친구의 외로움, 사랑이라면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가족제도 안에서의 허무함 같은 것에 질문할 요소가 무궁무진하거든요. 그걸 더 해야한다고 계속 주장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더 오래 붙들고 있고 여기에 뭐가 더 있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사람의 감정과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면 글쓰기의 다른 진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이쯤이면 됐다싶을 때 에이포용지 한바닥 더 쓰기를 실천해보세요.  


하늘타리님. 청바지라는 게 단지 옷이 아니라 황관순 선생님 삶의 태도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눈높이를 맞추려는 선생님의 노력이 실감나게 다가온 에피소드가 잘 담겨진 좋은 글입니다. 다 말하지 못한 여러 가지 제약들, 지면 분량이나 인터뷰이의 수위조절 요청 등이 있죠. 하지만 모든 글은 항상 제약이 있습니다. 시간, 지면, 수위 등. 삶이 그렇듯이 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여지므로, 그 조건에서 어떻게 최대치를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는 게 필자의 역할이고 능력일 것입니다. 하늘타리님의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좋은데, 그런 휴머니스트는 흔하고 작가는 조금 더 날카로워야합니다. 따뜻함을 넘어서 불편함까지 온기로 담아내려는 욕심을 내어본다면 글이 다른 결까지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늘타리님의 한없이 큰 눈망울이 마냥 선해보이면서도 언뜻 깊고 단호해보이곤 했는데 그래서 글도 그렇게 쓸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개미님. 읽기가 힘든 글. 길어서 슬퍼서. 그걸 듣고 썼고 살아가는 개미 덕분에 읽기 힘든 글을 읽었습니다. 회피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직면하기’에 데려다놓는 것이 작가의 할 일이라면 개미는 큰 일을 한 것입니다. 인터뷰이의 입장에서 같이 아파하고 고민하고 배고프고 주장할 수 있어서 싱크로율 높은 글이었어요. 50장을 6장으로. 그렇게 내용을 추려주었기 때문이겠지요. 한 사람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말들과 눈물과 회한이 깃들어있는가. 나이가 어리다고 덜하지 않다는 엄연한 진실을 알았네요. 혜린이의 강렬한 삶의 글이 혜린이가 우려하는 일회성 동정이나 연민에 그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저의 마음아픔의 실체를 오래 들여다보는게 혜린이에 대한 예의일 것 같아요. 독자에게 숙제를 남겨준 글 잘 읽었어요. 



(정수님은 지난주 리뷰해서 안 올렸고 인터뷰과제 완성해서 올리면 리뷰 올릴게요. ^^ 산내에서 오가면서 같이 수업 들어준정수에게 나는 무엇이었나 반성하겠습니다. ㅎㅎ 고마워요 정수. 졸업논문시집도 찬찬히 읽어볼게요.)




잊말님. 꿈이 현실로 변하는 과정. 자본이 예술이 되는 과정이 나오는 좋은 인터뷰네요. 가장 좋았던 건, 혹독한 막내디자이너의 생활에 한탄하다가 옷 이야기하고 자기 브랜드 이야기하면서 환해지는 과정이에요. 이 사람이 정말 자기 일을 좋아하는구나 알 수 있으니 덩달아 행복하네요. “옷을 만드는 시스템은 문제가 많지만, 만들어진 옷은 아무 죄가 없으니 그냥 이쁘기만 해요.” 이런 말들이요. 

잊말님의 사려깊은 시선, 대화를 이끌어내는 감각이 잘 어우러진 글입니다. 특별히 인터뷰어의 주관을 넣진 않았지만,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끌어가는 과정에서 잊말님도 잘 보여요. 어떤 존재를 자기의 문화예술종교적 소양으로 바라보고 관찰하고 자분자분 읽어내는 일에 잊말님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식상한 표현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 과도한 힘이 안 들어가니 더 힘이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시선 이런 말투 이런 느낌으로 ‘글의 노래’ 많이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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