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동과 경험에 근거한 자기언어를 갖는다는 것"

[글쓰기의 최전선]

:: 글쓰기의 최전선 5기_ 강좌안내 인터뷰::

 

"자기노동과 경험에 근거한 자기언어를 갖는다는 것"

 

 

 

르포르타주에 대해 설명해 달라

 

= 르포르타주(르포)는 구체적인 현장에서 구체적인 사람과 대면하며 쓰는 기록문학이다. 사실에 근거한 취재와 비판의식을 더한 글이다. 그런 점에서 르포는 글쓰기의 한 장르가 아니라 글쓰기의 기본 원칙이자 윤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업에서도 자기 삶에서 본 것, 느낀 것, 행한 것을 쓰라고 내내 강조했다. 이걸 단지 열심히 쓰는 일에서 나아가 한 단계 더 파고들어 치열하게 기록하는 거다. 쌍용차 현장(<의자놀이>), 용산참사 재개발(<내가 살던 용산>), 삼성백혈병(<먼지 없는 방>)등 굵직한 사안을 다룬 사회르포도 있지만, 우선 이번 강좌에서는 내가 매일 접촉하는 것들 안에 함께 서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생활르포를 배운다.

 

 

생활르포의 예를 들면?

 

= 일전에 글쓰기 수업에서 어느 비혼 여성이 일요일의 하루를 글로 써왔다. 직장인인데 아픈 엄마를 모시고 살기 때문에 휴일날 쉬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안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라. 그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휴일의 노동 강도가 4인 가족 주부인 나와 다르지 않았다. 또 아이 돌보기는 힘들어도 웃을 일이 있겠지만 노모를 돌보는 일은 우울하다고 고백했다. 기혼이든 비혼이든 가부장제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결혼여부와 무관하게 여성에게 귀속됐다.

 

어디서나 힘든 일은 그 조직에서 가장 약자에게 돌아간다는 것. 마음에 걸렸다. 왜 그럴까. 황현희 말대로 불편한 진실이다. 노령인구 증가와 여성의 돌봄노동 문제는 가려진 영역인데 앞으로도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것 같았다. ‘는 이 세계가 앓는 질병의 징후'라고 니체가 말했다. 개인적인 체험을 구체적으로 쓰다 보면 보편성과 만나고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 생활르포는 일상-말하기이면서 진실-말하기.

 

 

교재로 택한 <위건부두로 가는 길><노동의 배반><4천원 인생> 등 주로 노동문제를 다루었다

 

= 현대인은 일상이 노동이지 않는가. 위의 교재에는 마트 노동자, 청소노동자, 식당노동자, 공장노동자, 탄광노동자 등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걸 저널리스트, 교수, 기자가 체험하고 쓴 기록이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횡포가 정말이지 엄청나다. 가슴 미어지고 눈물 흐르고 간혹 웃기다. 근데 그 가혹한 노동지옥에서 취재를 목적으로 시한부로 일하는 사람과 생존을 위해 기약 없이 일하는 사람 사이에는 정서적 감각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있을 거다. 그게 빠진 점이 아깝고 아쉽더라.

 

<아주 작은 차이>도 독일여성학자가 평범한 여성들 인터뷰한 책이다. <소망 없는 불행>은 아들이 쓴 엄마의 일생이다. 신파가 아니다. 페터 한트케는 엄마의 삶을 회상하면서 여성의 근본적 불행을 언어 없음에서 찾고 있다. 자기 이야기를 하려는데 단어가 없다는 엄마의 절망을 회고한다. ‘자력으로는 인생의 곡절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조지오웰)을 위한 누군가의 헌신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사자가 직접 노동일기, 나아가 생활르포를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읽을 만한 글이 되기 위해서는 물론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겠고.

 

 

 

글쓰기의 기본기나 방법론은 어떻게 배우는가

 

= 조지오웰이 우리나라에서는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영국에서는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르포작가로 더 유명하다. 글이 정말 기품 있고 명료하다. <위건부두로 가는 길>은 기록 자체가 지식인의 의무임을 보여준 최고의 르포르타주로 꼽힌다. 조지오웰은 또한 글쓰기에 관한 에세이도 많이 남겼는데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의 주제, 곧 마땅히 표현해야 될 바를 표현하는 일인데 그건 경험하지 않으면 실상을 드러낼 수 없다고. (조지오웰은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며 혹독한 내려감을 체험했다.) 그리고 표현의 방식과 스타일 등 넓은 의미의 작품성은 그 다음에 따라오며 그건 고통스러운 반복 작업과 훈련을 통한 언어적 성취로 이루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글쓰기는 반복을 견디는 일이다. 자꾸 써봐야 내 글의 문제점을 알고, 글이 는다. 매주 글을 쓰고 같이 읽고 토론하고 고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글쓰기는 정직하다. 실패한 만큼만 성공한다.

 

 

그동안 강좌와 많이 달라지는가?

 

글쓰기의 최전선에 더 다가갔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좋아해서 그간 수업에서 마지막 10차시에 인터뷰를 발표했다. 예술가 남친, 3 , 노숙인, 시인, 활동가 친구 등의 이야기를 모아왔다. 글의 완성도가 높고 학인들 만족도도 높다. “인터뷰가 재밌다. 더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항상 삶의 현장에는 사람과 사건이 있다. 사람 중심으로 쓰면 인터뷰, 사건 중심으로 엮으면 르포다. 르포를 위해서도 인터뷰는 필수다. 이번 강좌에서는 5차시, 10차시 두 번 인터뷰-르포를 완성한다. 위클리 수유너머 코너에 실으려 한다. 지속적인 글쓰기 연계과정을 만들어주고 싶다.

 

 

르포르타주/인터뷰 강좌의 의미가 있다면

 

글쓰기 수업은 나에게도 진한 배움의 시간이다. 여럿이 모여 글을 쓴다는 것은 자아와 타인들 사이의 무관심한 관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말을 들어주고 말을 만들어가는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철학공부라는 게 위험해서 자기감각보다 권위 있는 언어에 기대고 주변사람보다 개념과 활자에 집중하게 한다. 추상적인 가치가 구체적인 억압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늘 고민했다. 글쓰기는 그러한 배움의 자기소외를 막아주는 장치가 되어준다. 느낌은 희미하지만 근본적인 것이다. 자기경험과 자기감각을 믿고 붙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언어가 생겨난다. 누구라도 자기노동과 경험에 근거하여 자기언어를 갖게 되면 말할 수 없이 똑똑해진다<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도 말한다. 자기-언어 창출과 자기-세계 확장에 르포르타주와 인터뷰가 좋은 방편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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