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오르는말들

'삶의 네 가지 원칙'



성매매여성들의 공동체 '막달레나의 집'에 갔다. 거실에 걸려있는 ‘삶의 원칙’이 맘에 들어 카메라에 담았다. 막달레나공동체 대표님은 25년간 용산에서 성매매여성들 밥 해먹이고 시집보내고 장례 치러주신 분이다. (다음 주 수요일에 위클리수유너머 인터뷰가 올라간다) 1985년 용산역 앞을 지나다가 성매매여성과 어린 딸이 취객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걸 보고 끼어들었다가 그녀들과 살게 됐다. 이건 우연 아니다. 필연이다. 인터뷰 끝날 즈음 여쭤봤다. 인생에 if가 없지만 만약에 그날 거기를 지나가지 않으셨어도 지금의 삶을 사셨을까요? 그랬을 거라고 한다. 어떤 사건을 통해서라도 그녀들 안에 들어갔을 거라신다. 25년을 초지일관 가시밭길 건너는 게 누구나 가능한 일이 결코 아니건만.  

돌아오는 길 생각했다. 한 사람의 삶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인가. 인생은 의지와 욕망대로 살아지지 않는다. 사보 인터뷰할 때. 재밌는 것은, 잘 나가는 기업인들은 입사 초년병 시절 복사같은 온갖 잔심부름을 묵묵히 했다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한다. 허드렛일을 자양분으로 누구는 CEO가 되고 누구는 비전 없음을 이유로 퇴사해서 지리멸렬한 삶을 이어간다. 가엾게도 인생 안 풀리는 사람이 더 많다. 이걸 꼭 의지와 성향에 따른 개인 문제로만 볼 수 있는가. 흔히 하는 말로 똑같은 사건도 사람에 따라 약이 되고 독이 된다. 삶의 시련이 영혼을 성장시키기도 하고 자살로 몰아넣기도 한다. 고통의 용법이 다르다. 이를 기준으로 니체는 약자와 강자를 나누기도 했다만 내겐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무튼 그간 내가 존경심을 보낸 인물들은 위에 나온 저 삶의 원칙과 부합한다. 주위의 소란에 영향 받지 않고 우직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 물질에 소유당하지 않는다는 것, 낙천적인 것, 사람을 좋아하는 것. 이런 사람은 잘 산다. 이 시대에서 잘 산다는 것은 돈 많다는 것으로 환원되곤 하는데 그런 세속적 용법 말고, 순수한 말뜻 그대로 ‘잘 산다’. 이렇게 밖에 달리 표현을 못하겠다. 삶의 기술에 능하다는 측면에서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잘 산다'. 아무쪼록 좋은 삶의 유형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매스컴에서 보고 듣는 삶의 모델이 지나치게 물질과 학벌 중심으로 편향돼 있어서 사람들이 불안하고 우울하다. 행복에 미숙하다. 좋은 삶의 유형을 접할 때 내게 덮쳐오는 밝은 에너지. 구원의 메시지. 그 울림을 잘 전하는 게 나의 임무다.


'차오르는말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 눈길 2주년 시상식  (14) 2010.05.02
아들의 채식주의 선언  (12) 2010.04.21
연아사랑에 눈 멀라  (9) 2010.03.01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11) 2010.02.25
부자엄마의 생일파티  (12) 201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