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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The Piano' ost



by Michael Nyman



'오블로모프에게는 그가 숨쉬는 공기중에 언제나 존재가 넘친다. 그의 무위 속에는 소동과 야단법석이 넘치고 있다.아무리 그가 방문의 빗장을 열지 않더라도, 최후의 성가심까지 몰아내고 그의 인생을 누워서 보낸다고 하더라도, 한마디로 완전한 게으름, 아무런 족쇄도 채워지지 않는 혼수상태에 이르기 위해 외부 세계와의 모든 연결을 단번에 영원히 끊어버리기로 결심핟라도, 오블로모프에게는 바로 존재라고 하는 이 작품, 무게, 무담, 버릴 수 없는 사업이 남는다. 우리는 모든 일에 대해서 파업을 할 수 있다. 단 존재에 대해서만은 예외다.'
 
아침의 독서. <사랑의 지혜>(동문선) 제목이 교회주보 칼럼코너 같다만, 레비나스의 존재 철학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물론 내용은 은혜롭다. 레비나스가 철학학교 강연에서 '존재란 은총이 아니라 무거운 부담'이라고 말했다니 24시간 존재부담에 골몰하는 나는 그저 아멘. 새벽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다. 반나절 후 '왜 이렇게 살아가는 게 힘들지요. 사는 게 싫네요.' 문자가 왔다. 말해보렴. 첫사랑 결별증 2년째. 기어코 찾아가서 만나서 모진 소리 들었단다. 술도 안 먹고 맨정신에. 요즘 젊은이답지 않다. 이별한 자의 지나치게 빠른 애도, 태연한 일상복귀가 왠지 쓸쓸했다. 반대의 경우도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애잔하고 황망스럽다. 그가 가진 시간과 사랑 끝까지 다 쓴다면, 존재의 소진 그 끝에 뭐가 남을까. 궁금하다. 잘된 일이다. 생계 걱정 없는 그라면 이별, 사랑, 존재의 심연을 탐사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누군가는 '사랑'에 골몰해야 한다. 모두가 나사만 조이면서 사는 인간세상은 최악이다. 밥은 꼭 잘 챙겨 먹으라는 아줌마 발언으로 마무리하고 끊는다. 사랑. 사랑이란 자신을 위한 지독한 헌신. 존재파업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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