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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말들

꽃수레의 존재미학


방학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일년에 두 번 <직녀에게> 노랫말을 바꿔 부르고 싶다. 엄마의 속도 모르고 꽃수레는 그나마 다니던 학교마저 안 가도 된다며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난 두려웠다. 말하기 싫어도 말해야 하고 배고프지 않아도 밥해야 하고 혼자 있고 싶어도 둘이 있게 되는 방학이 내겐 너무 잔인하다. 여튼, 방학 다음 날 꽃수레는 콧노래를 불러가며 계획표를 그려서는 24시간을 분배하더니 여름방학 특집 강령같은 것도 별도로 작성했다. 놀랍게도 대부분 놀기였다. 신나게 놀기, 많이 놀기, 행복하게 놀기. -.-;

서울 아파트 단지에서 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는 외롭다. 특히 방학. 학원을 가지 않으면 친구를 도통 만날 수 없다. 혼자 놀기엔 여름 해가 길다. 꽃수레는 아침에 일어나 그림 한판 그리거나 종이접기를 만들고 만화책 좀 보다가 학습지 하다가 앞집 아이 스케줄이 빌 때면 같이 논다. 초등학교 1학년 동생이다. 방학특강 들으러 매일 영어학원을 가는데 그 애 오기만을 현관문에 귀 쫑긋 세우고 기다린다. 가끔 놀러갔다가 풀이 죽어 돌아오곤 한다. ‘피아노 선생님 오셔서 왔어...’ ‘오늘부터 수영 다닌데...’ ‘구몬이 밀렸다고 다 하고 놀 수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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