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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세상

용산참사 범국민장 - 민들레꽃처럼 살아야한다

가볍고 따뜻한 검은색 옷으로 최대한 겹겹이 입느라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했다. 추운 것도 싫지만 둔한 건 더 싫었다. 아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아들아, 이렇게 입으면 따뜻하겠지? 근데 너무 투박한가, 조끼를 벗을까....” “엄마, 장례식인데 그냥 소박하게 입어요. 장례식에는 화장도 하는 거 아니래요.” “얘는, 내가 뭐 깃털모자라도 썼냐;; 날씨가 추워서 그렇지. 글구 립스틱만 발랐거든. -_-; 근데 화장하는 거 아니라고 누가 그러던?” “도덕시간에 배웠어요.”  '쳇. 도덕시험이나 좀 잘 볼 것이지...' 

아들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나는 지금 상가에 가는 길이다. 이례적인 장례식이다. 조의금은 온라인으로 넣었다. 고인이나 유가족을 아는 것도 아니지만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일 년 동안 문상은 또 몇 번짼가. 죽어서도 죽지 못한다더니, 육신은 냉동고에 갇히고 영혼은 구천을 떠돌았던 그분들이 오늘에서야 장례를 치른다. 원래는 3일장에 끝나고 길어야 5일장인데 이번엔 355일장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다. 고인들은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춥고 고달프고 원통했을까. 가는 길이라도 쓸쓸하지 않도록 마음 한 자락 보태는 수밖에. 아무쪼록 장례식에는 문상객이 많은 게 진리다. 가난할수록 친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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