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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시집

접기로 한다 / 박영희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 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 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  박영희 시집 <팽이는 서고 싶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