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를 쓸 때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그저 미지근한 시를 쓰고 있을 때는 제법 보아주는 얼굴이 있고 이름 불러주는 이도 있더라 내가 노래를 부를 때는 맑지도 않고 흐리지도 않고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고 마냥 술에 물 탄듯 물에 술 탄듯한 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는 제법 들어주는 귀도 있고 건네주는 술잔도 있더니 없구나 이제는 시여 노래여 날 받아주는 가슴 하나 없구나 날 알아주는 얼굴 하나 없구나 칼을 품고 내가 거리에 나설 때는 쫓기는 몸이 되어 떠도는 신세가 되었을 때는 - 김남주 시집 <나의 칼 나의 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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