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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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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 유하 풍뎅이가 방충망을 온몸으로 들이받으며 징허게 징징거린다 (난 그의 집착이 부담스럽다) 나도 그대 눈빛의 방충망에 마음을 부딪치며 그렇게 징징거린 적이 있다 이 형광등 불빛의 눈부심은 어둠 속 풍뎅이를 살게 하는 희망? (글세, 희망이란 말에 대하여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그가 속삭인다) 그 무엇보다도, 징징대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풍뎅이는 벌써 풍뎅이의 삶을 버렸으리 - 유하 시집 , 문학과지성사 아들이 졸업했다. 졸업식 전날, 아들의 등짝을 두드리며 치하했다. “욕봤다. 중학교 3년을 무탈하게 마쳐 다행이구나.” “앞으로 3년 동안 더 힘들 텐데요.” “아들, 공부가 고생스럽지?” “뭐...” “주변에 이십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더라. 엄마가 차려주는 밥 먹고 정해진 과목 공부할 그 때가..
장사익 소리꾼 - "나는 기생이여... 일어날 起 날 生" 그에게는 ‘식물성의 저항’이 느껴진다. 마르고 꼿꼿한 몸에선 소쇄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자분자분 절도 있는 몸짓에선 청량한 대숲소리가 난다. 세상을 향한 말걸기는 호기롭고 작은 것들에 대한 연민은 애달프다. 뼈마디를 울리는 칼칼한 목소리는 얼마나 진국인가. “밥 잘 먹고 똥 잘 누면 행복이지 별거여~” 호탕한 일갈로 담박한 행복론을 펴는 장사익. 마흔 여섯에 가수가 된 그는 삶을 온몸으로 받아낸 특유의 절절한 울림으로 장사익만의 ‘소리’를 길러내고 있다. 지난 2월 그를 자택에서 만났다. ‘하늘 가는 길’ ‘찔레꽃’ ‘허허바다’ ‘봄날은 간다’... 장사익의 노래를 듣다 보면 한줌 흙이 만져진다. 촉촉한 땅의 기운. 자연과 살 맞닿음의 확인. 콘크리트에서 나온 음악이 아니다. 필시 그는 자연 속에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