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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동박물관 - 책으로 되돌아본 '독거노인 5명의 인생史

[비포선셋책방]
책으로 되돌아본 '독거노인 5명의 인생史'
 

(서울=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사는 독거노인 5명에게 7년간 반찬봉사를 해온 자원활동가들이 노인들의 인생사를 풀어 쓴 책 '이문동 박물관'이 지난 1월 나왔다. 작년 말 노인들과 자원활동가들이 사진관에서 함께 프로필 사진을 찍었고, 이는 '이문동 박물관'에 실렸다. 2013.3.22 

 
기사 전문 보기 : 자원활동가들 '이문동 박물관' 출간…"한분 한분이 보물" (연합뉴스) 
                     반찬 배달 하며 엮은 '할머니들의 역사' (경향신문)

 

"선생님, 우리 얘기 나왔어요."  봄이에게 문자가 왔고 기사가 링크돼 있었다. <이문동박물관> 책이 나왔다. 지난 가을, 이 책을 만들기로 계획이 잡히고 반찬 봉사를 해온 친구들과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 기획하고, 스토리텔링을 하고, 초고를 쓰고, 같이 읽고 고치고, 방향을 잡고 다시 쓰고, 또 고치고. 이메일로 원고를 검토하고, 일요일에 홍대 카페에서 방 잡고 앉아서 제목을 달고, 내가 바빠 나가지 못하면 일 하는 사무실에서 와서 교정을 보고 그렇게 마무리 된 책이다. 

 

어르신의 삶을 담는다는 것. 수급자 처지에 놓였고 반찬을 얻어 먹어야했던 분들이다. 생의 말년, 경제적 몰락을 이유로 삶 전체가 폄훼되기 십상인 분들,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 아닌 한 사람의 존재체험을 오롯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남루해져버린 그 분들 삶이 살아온 세월의 최선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당한가 온당한가. 생각에서 생각으로 돌아눕다가 책 작업이 끝났고, 막바지에이르러서 어르신들의 삶에서 '오래 되면 스스로 밝아진다는 존구자명(存久自明)'의 명제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한 사람의 생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거울처럼 맑아져서 자신의 삶을 비춰보게 된다는 점이다. 비단 인터뷰이였던 어르신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같이 작업한 친구들도 내겐 하나의 맑은 거울이 되어주었다. 거울을 통해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하나의 우주가 있다. 엄마에게 얻어 먹은 밥, 어르신들에게 배운 사투리, 책에서 본 글귀, 가슴에 묻은 말들, 손에 남은 꽃잎의 촉감, 친구에게 주입된 음악, 조금 웃겼던 농담들...무수한 속성들로 채워진 나. 타인의 지분으로 가득한 나. 나는 내가 아닌 반전이 일어나는 그 지점이 좋다.

 

함께 작업하면서 나와 속성을 공유한 친구들, 언뜻 나의 말투가 묻어있는 그들, 그들의 말버릇을 흉내내는 나. 정든 친구 한 명이 내일모레 호주로 출국한다. 회사 그만 두고 장기여행 떠난다. 어제 송별회를 위해 만났다. '다녀와서 내 삶은 어떻게 될지 불안해요' 라고 말하는 그에게 '현재에 집중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까'말했다. 길에게 길을 물어가며 가라. 니체 투로. 나를 반찬팀 친구들과 연결해준 미남브로커 로맨스 조도 늦게 합류했다. 그는 이번 책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유미 말대로 '사진 좋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던 그 문제적 사진을 찍은 이다. 홍대 문학동네 카페에서 만나서 시집을 사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인근 술집에서 이야기 나누고 이별의식을 치렀다.    

 

 

(은유,로맨스 조, 유미, 소연, 봄이)

 

 

 

 

술집을 나서 집에 가는 길, 봄이가 스마트 폰으로 어떤 글을 보여준다. 글 쓰는 작업하다가 힘들 때 쓴 글이란다. 선생님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나도 보고 싶었다. 메일로 왔다.

 

12.11.23


할머니가 미웠고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원래 모임날짜까지 글 완성본을 들고가기로 했는데 대안 방법만 주르륵 나열해놓고 뺀질거리지 않은 척 보여주기를 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밤새 괴로워하며 만들어 왔는데 내 뻔히 보이는 게으름이 너무나 부끄러워 미쳐버릴 것 같았다. 물론 정신적 상태가 쓸 수 없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 어떻게든 붙잡고 씨름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나 쉽게 '포기' 했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자신이 싫었다. 


은유 선생님은 화를 내시진 않으셨다. 조용히 단호하게 '이런식으로 대안을 쓰지 말고 끝까지 써보도록 해요.'라고 모두에게 권장하는 말처럼 하시면서 사실은 나에게 말씀하시고 계셨다. 선생님은 나의 포기와 게으름을 관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조용하면서도 엄하게 하신 말씀이 거울이 되어 나를 뒤돌아 보게했다. 미친듯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선생님의 그 싸늘한 표정이 가슴을 후볐다.

그런 후 다음 모임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오전에 그 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 활기차고 발랄한 목소리로 "봄이 나야~"라고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전화를 받자마자 선생님의 그 따뜻함이 느껴져 눈물이 울컥 날 뻔했다. 선생님께선 잘 안써지면 구조를 도와줄테니, 같이하면 되니까 걱정말고 우선 써내려가라고 출고해주셨다. "내가 도와 줄께."라는 말씀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선생님께서 나의 그날의 표정이 마음에 걸려 전화를 하셨다는 그 말씀에 또 소리없이 감동했다.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나 혼자의 힘으로 써보겠다는 의지가 더 생겼다. 선생님의 말은 위안과 힘을 주었다. 은유 선생님이 정말 감사해서 어떻게 감사함을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선생님 앞에만 서면 사실 조금 언다.
김사인교수님 때와 비슷하다.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무엇을 해드려야 헐지 통 감을못잡아 딱딱하게 굴때가 많다.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첫 책이라며 주신 <올드걸의 시>는 선생님을 닮아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선생님의 이야기가 갊겨있어서 궁금하다. 이틀 밤 꼬박 새서 글을 완성하고 받은 <올드걸의 시> 선물. 선생님께 받자마자 많이 표현은 못했지만 감격해서 눈물이 날뻔했다.

내가 글응 쓰는 것이 지겹지 않느냐는 물음에 선생님은 "난 글쓰는게 지겨웠던 적이 없어. 글을 쓰면서 너무 괴로운데 그 이상으로 희열이 있어." 라고 말했다. 난 그 말을 알고있다.

설레인다. 설레인다.
선생님의 만남과 출판으로인해 내 인생이 바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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