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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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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간의 결혼식 - 신해욱 여자인간 동거 7년, 결별 2년, 재회 6개월 만에 식을 올리는 후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버스 두 번, 택시 한번, 도보 10분으로 그 먼 나라의 땅을 밟았다. 토요일 오후 차들이 즐비한 복잡한 도로를 이런저런 교통수단으로 통과하자니 그녀가 지나온 길을 되짚는 듯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막판에는 뚫렸다. 야트막한 언덕 안쪽에 그림 같은 성당이 숨어있다. 신부대기실 문을 열었다. 머리에 분홍색 화관을 쓴 후배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사진 촬영에 여념 없다. “안경 안 썼네?” 그녀는 비혼주의자였다.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식의 절차를 밟는다. 제발 식만 올려다오. 부모의 애원이 통할 만큼 그녀는 외로웠다. ‘이러다가 파리에서 송장되겠다’며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결혼식 준비 과정이 요란했다...
신해욱,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일 년에 0.5kg씩 꾸준히 자연증가세를 보이는 몸무게에 비례해 못 입는 옷의 중량도 늘었다. 옷이냐 살이냐. 둘 중 하나는 버려야 한다. 옷은 쉽고 살은 어렵다. 결단에 순간에는 아무래도 만만한 쪽을 택하게 된다. 체형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한 의류정리를 단행했다. 수년간 서랍에서 잠자던 옷가지를 추렸다. 빛바랜 옷들이 무지개떡처럼 층층이 쌓였다. 그것들을 보노라니 잠시 추억이 회오리쳤다. 처음 사서 쇼핑백에 담아올 때는 금지옥엽, 입을 때는 김칫국물 묻을 까봐 조심조심, 보관할 때는 드라이클리닝 비닐에 고이간직. 그래봤자 버릴 때는 다 똑같다. 각각의 고유성과 개별성은 사라지고 일괄폐기 처분한다. 연심의 변심. 그 요란한 과정을 묵묵히 당해야 하는 옷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지도 모르겠다. 멋쩍고 미안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