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 함민복 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 쉽게 만들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물컹물컹한 말씀이다 수천 수만 년 밤낮으로 조금 무쉬 한물 두물 사리 소금물 다시 잡으며 반죽을 개고 또 개는 무엇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함부로 만들지 않는 법을 펼쳐 보여주는 물컹물컹 깊은 말씀이다 함민복 시집 순천엘 갔다. 순할 順 하늘 天이란다. 깨끗하게 빨아 입은 광목한복 같은 정갈하고 기품 있는 도시 풍광에 반했다. 순천만을 보았다. 무연히 펼쳐진 갈대숲. 노래방 화면에서 나오는 그것처럼 비현실적일 정도로 끝도 없다. 안쪽으로 드리워진 뻘밭. 찰지고 진득진득하다. 뻘의 부드러운 속살 그리고 물살. 하늘하늘 바람결따라 일렁이는 물결이 깊고 위엄있다. 동해바다의 집채만한 파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고귀한 기운. 오후 5시 노..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