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지난해 봄 글쓰기 공부를 하는 벗들과 남산에 올랐다. 열댓 명이 줄지어 20여 분 걸었을까. 벚꽃으로 점점이 수놓인 작은 연못 옆 너른 평상을 발견하여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든 것은 우리들이 일제히 두 손에 시집을 펼치고 나서다. 제목은 서정주의 『화사집(花蛇集)』. 시인의 첫 시집이자 가장 뛰어난 시집으로 꼽힌다. 돌아가면서 마음에 드는 시를 한편씩 낭송했다. 이 순간과 맞춤하다며 누군가 「봄」을 골랐다. ‘복사꽃 픠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제비 무처오는 하늬바람우에 혼령있는 하눌이어. 피가 잘 도라…… 아무 병病도없으면 가시내야. 슬픈일좀 슬픈일좀, 있어야겠다.’ ( 「봄」전문) 짧은 시다. 한자 한자 더듬듯 읽어 가는데 왜 그리 살갗이 간지러운가. 어쩌자..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