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생활 / 김수영 시장거리의 먼지 나는 길옆의 좌판 위에 쌓인 호콩 마마콩 멍석의 호콩 마마콩이 어쩌면 저렇게 많은지 나는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모든 것을 제압하는 생활 속의 애정처럼 솟아오른 놈 (유년의 기적을 잃어버리고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나) 여편네와 아들놈을 데리고 낙오자처럼 걸어가면서 나는 자꾸 허허...... 웃는다 무위와 생활의 극점을 돌아서 나는 또 하나의 생활의 좁은 골목 속으로 들어서면서 이 골목이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친다 생활은 고절(孤絶)이며 비애이었다 그처럼 나는 조용히 미쳐간다 조용히 조용히...... - 김수영 전집, 민음사 보살님 같았다. 온화한 표정. 잡티 하나 없는 무욕의 피부. 넉넉한 말투. 세미나 첫날부터 앉아계시는 그곳에 편안한 파장이 흘렀다. 수선문. 화두를 아이디 삼으셨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