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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2] 봄은 오는데 / 도종환 '거리에 흔들리며 남아...' (4)

봄은 오는데 / 도종환 '거리에 흔들리며 남아...'

[올드걸의시집]

 

 휠체어에 실려서 잠깐만이라도
 꼭 한 번 바깥세상을 보고 싶노라고
 그렇게 당신이 마지막 보고 간
 이 세상 거리에도
 다시 봄이 오고 있네
 내 영혼 깊은 상처로 박혀 있는
 당신을 기억하며 살다
 나 또한 그 상처와 함께 세상을 뜨고 나면
 이 세상엔 우리들의 사랑도 흔적없이 지워져
 다시 눈 내리고 바람만이 불겠지
 봄 오고 언 땅이 풀리면 새들만 돌아오겠지
 당신이 마지막 보고 간
 짧은 이 세상 거리에 흔들리며 남아
 이 봄은 또 어떻게 살까 생각하듯
 사람들 중에 몇몇도 또 그렇게 있다가 가겠지


 - 도종환 시집 <접시꽃 당신>



징그럽다. 감당못할 봄. 빛이 터지고 존재가 열리는 봄.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고의 화신, 위인전에 나오는 천재처럼 버거운 봄. 어디 하나 나무랄 곳 없는 봄. 찬란하고 화려하고 충만하면서도 소박한 봄. 다소곳 예의바른 봄. 결핍의 결핍의 시간. 봄.봄이 온다고 부암동을 걷자던 친구와 봄의 골목길을 걷고, 봄이 온다고 봄을 느끼라는 숙제를 받아온 딸과 덕수궁 꽃놀이를 가고 봄이 온다고 모종을 심는다는 환경운동가와 흙도 밟았으되,  들뜨는 봄은 허공을 걷는 것 마냥 발 밑이 불안하다. 회복기의 환자가 병원 마당에 나온 것마냥 눈 부셔 눈 못 뜬다. 이 봄을 또 어떻게 살아갈까냔 말이다.  

세상 조명이 어둑어둑 한톤 낮아진 요 며칠은 좋더라. 눈물같은 봄비까지. 분무기로 아지랭이 피는 마음에 물이 뿌려진 듯, 만원 버스에서 자리를 잡은 듯, 예쁜 카페의 구석에 앉아 있는 것마냥 맘이 편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당진출장을 갔다.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7시가 되기 전 버스에 몸을 싣고 비오는 도심을 한바퀴 돌아 카페에 내렸다.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 까만 커피에 눈코입 빠뜨리고 놀았다. 우산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걸음걸이의 템포를 감상하며 놀았다.  봄날의 체증이 좀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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