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김광석

[차오르는말들]


겨울-봄, 정미소  

정미소. 대학로의 구석의 카페다. 카페모카가 맛있다. 머물고 있노라면 정이 흐르고 미소가 고인다. 이건 어디까지나 애정 충만한 나의 해석이다. 겨울부터 봄까지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그날은 내가 늘 앉던 자리, 창밖 풍경이 예쁘게 편집되는 그 자리에 다른 이가 앉아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창가 바로 앞에 앉았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더니 삼십여 분 여유가 생겼다. 건빵 봉지 속 별사탕처럼 내겐 너무 달콤한 보너스.

커다란 통유리로 햇살이 들어찼다. 눈이 부셔 몸을 뒤로 빼 앉았다. 미동도 없이 멍하니 앉아 커피를 기다리는데 어떤 고요가 차올랐다. 선방에 앉은 것처럼 몸이 텅 비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이 시간을 붙들어 두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공간의 아름다움은 카메라가 기록하지만, 시간의 아름다움은 무엇이 기록하지? 내가 시인이라면 시를 한편 지었을 텐데.

몸이 시를 낳지 못하니, 낳는 시늉이라도 해볼까나 싶어 시집과 노트를 꺼냈다. 마침 ‘창가에 앉아’라는 시가 있다. 나는 창가에 앉아 창가에 앉아를 적어 내렸다. '창가에 앉아 너를 생각하며' 한글을 배우는 아이처럼 한자 한자 눌러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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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 김광석, 눈물의 작은 새여

[올드걸의시집]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덥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정호승 시집, <새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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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 사진가 - 광석이형 미공개 사진전 '그가 그리운 오후에'

[행복한인터뷰]

시간이 기억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뭇 사람에게 1월은 이 신년벽두 주옥같은 결심을 낳는 달이라면 그에게 1월은 '광석이형'에 대한 그리움이 한량없이 짙어지는 시간이다. 1월 6일은 김광석의 12주기다. 어느새 십년이 훌쩍 지났지만 긴 세월의 더께를 뚫고 그 날의 아릿함은 새순처럼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그 감정이 꼭 처연한 슬픔만은 아니다. 시큰한 기쁨과 짠한 고마움에 가깝다. 여전히 김광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수많은 팬들이 있고, 또 새로이 빠져드는 이들이 소리 없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갈수록 깊어지는 김광석의 존재감과 팬들의 애틋함은 작은 기적을 불러일으켰다. '광석이형 추억하기'는 어느 순간부터 '견뎌야할 시간'에서 '누려야할 시간'으로 변해갔다. 그가 가슴속에 서리서리 접어두었던 낡은 필름을 조심스레 펼친 이유다.

어느새 12주기, 이제야 벽장 속 낡은 필름을 꺼내다

벽장에 넣어두었던 필름을 십년 만에 처음 꺼냈습니다. 먼지가 '풀풀' 나는 그 필름 속에서 광석이형은 그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으며 참 많이 웃고 있더군요. 제가 사진을 막 배우기 시작할 때 찍은 것들이라 노출도 프레임도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이 사진들을 혼자만 품고 있을 게 아니라 그를 아끼고 기억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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