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입학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3.03] 고등학생 아들에게 읽어주는 글 (16)

고등학생 아들에게 읽어주는 글

[차오르는말들]

아들 입학식 날. 애들 학교 보내고 오전 내내 잤다. 긴긴 겨울방학, 늦잠형 인간으로 길들여진 몸이 자동적으로다가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엄마는 입학식에 오는 거 아니다”라는 아들 말을 덜컥 수용하고 집에서 게으름을 피운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쉬고 싶다. 아들의 고등학교 진급에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며칠 전에는 교복을 사러 갔더니 다 팔리고 없어서 다섯 군데나 되는 교복매장을 순회했다. 마지막 매장에서 엄청 큰 재킷 하나 겨우 확보해 동네 수선집에서 사이즈를 대폭 줄였다. 하마터면 교복도 못 입혀 학교에 보낼 뻔 했다. 설마 교복이 품절됐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졸지에 ‘게으른 엄마’ 됐고 매장마다 "왜 이제야 사러 나왔냐"고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교복 사는 것까지 속도경쟁을 해야 하나.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이 속도감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졸업식날 교실에서)   입학 전 배치고사도 은근히 신경 쓰였다. 고등학교에서 우리 아이의 위치가 어느 정도가 될지 염려스러웠다. 고등학교는 수능체제이고 수능은 곧 인생등급표다. 막연하던 현실이 구체적으로 다가오자 무력감을 느꼈다. 도망갈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바보같은 처지라니.

더보기



 

신고

'차오르는말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깨어나기  (24) 2011.03.15
콜드플레이 -The Scientist (Acoustic)  (8) 2011.03.06
고등학생 아들에게 읽어주는 글  (16) 2011.03.03
Mendelssohn- Piano Trio No.1  (6) 2011.02.07
명절을 생각한다  (6) 2011.02.03
편지  (8) 201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