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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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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일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인문적 자서전을 쓰자 제 11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글쓰기 강연을 합니다. 10월 3일 토요일 7시반. 상상마당 4층이에요.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 오세요. ^^ 아래 댓글로 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제가 티켓 보내드릴게요.
본다는 것은 보고 있는 것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몇 해 전 탤런트 최불암 씨를 인터뷰했다. 실제로 뵈어도 ‘전원일기’ 김회장님처럼 푸근하고 구수한 말투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당신의 연기인생을 회고하면서 이런 말을 터놓았다. “배우는 하얀 도화지여야하는데 나는 이제 신문지처럼 글자가 많은 종이가 된 것 같아요.” 연극무대의 독백처럼 유독 쓸쓸하게 들리던 그 말, 도화지가 아닌 신문지. 그건 그러니까 나였다.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주로 인터뷰를 맡아 했다. 인터뷰는 다른 사람의 삶을 내 삶으로 읽어내는 일이다. 삶을 보는 눈이 있어야하고 들을 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말이 들리지 않았다. 내 몸이 이미 판단들, 생각들, 입장들로 꽉차 들을 수 없는 몸이 된 거 같았다. 몸이 말을 튕겨냈다. 겨우 말이 들어오면 구토감이 났다. 급..
나의 화두, 글쓰기 수업 발간 이후, 그러니까 요즘 제 화두는 글쓰기-수업이다. 나의 글쓰기-수업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것도 생명체인데 끝이 있겠지. 언제 어떤 순간에 ‘그만’ 해야할까. 가장 사랑할 때 헤어질 걸 염려하는 사람처럼 고민한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려보곤 한다. 이 글쓰기-수업에서 아무런 긴장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 때,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이 일어나지 않는 불모의 시간일 때, 서로 마음이 착착 맞아 너무 좋기만 할 때, 내가 확신에 차서 ‘직업적 능청’을 떨고 있다고 생각될 때… 어제는 수업 마치고 오는 길에 ‘당분간은 계속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먹고사는 문제로 엮이지 않은 관계 속에서 이런 정신적 긴장과 자극을 느끼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마음 묵직한 몇 가지 지점이 있긴 하지만 불..
남의 집 귀한 자식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키보드를 치는 큰아이가 정기공연을 한다고 해서 구경을 갔다. 홍대 앞 작은 클럽. 벽면은 포스터 붙여다 뗀 테이프 자국이 너덜너덜했고 조명은 교차로 신호등 같은 삼색불빛이 단조롭게 깜빡였다.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사운드가 터지고 조명이 켜지자 기타를 멘 여학생의 어깨끈에서 무슨 글자가 눈에 띄었다. ‘귀한 자식’. 동그란 장식용 배지였다. 어느 알바생 유니폼 등쪽에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본 적 있다. 진상 고객이 얼마나 많으면 저랬겠냐, 사장님 센스 있다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요즘 ‘귀한 자식’이라는 말이 유행인가. 그러나 저 몸에 새긴 표지는 너무 온당해서 쓸쓸하다. 사람이 사람대접 받지 못하고 값싼 부속처럼 쓰이는 세상을 향한 청년들..
글쓰기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망설임들’로 꾸며진다 집앞 버스정류장 앞에 허름한 가게가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천막을 치고 만든 점포니까 번듯한 가게도 그렇다고 노점도 아니다. 그 경계에 자리한 좁고 긴 가게에서 야채, 과일, 잡곡, 약초, 그리고 반찬을 판다. 노모와 다리가 불편한 중년 아들이 주인인데 무척 부지런하다. 저녁 8시쯤에는 폐점 준비로 물건을 천막으로 덮어놓고도 남은 찐옥수수 한봉지를 팔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있곤 했다. 추운 겨울에는 군밤을 그렇게 악착같이 팔았다. 며칠 전, 버스를 기다리며 보니 매대 물건이 바뀌었다. 여름 내 팔던 천도복숭아 대신 양파가 분홍바구니에 담겨 나란히 놓여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아들은 절룩거리며 매대에서 양파 바구니 위치를 계속 옮겼다. 얼핏 보기에 갯수도 크기도 비슷한 그것들을 하나 빼서 앞에 두었다가 뒷줄..
호모북커스 저자와 함께 읽기 - 글쓰기의 최전선 작년에 회사 다닐 때 하고싶었던 일이 국내 '작은' 북카페-서점-도서관-출판사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다. 작은 것들을 잇고 이어 총총한 작은 책방 별자리지도 만들기. 결국 그건 못하고 일인출판사 도서목록 하나 허둥지둥 제작하고 나왔지만, 그 꿈이 그리워 나는 요즘 작은 책방을 찾아 다닌다. 상상에서 현실로의 답사. 역시나 다락방처럼 은빛 먼지 입자가 내려앉은 작은 책방은 내겐 너무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온다. 지난주에 역촌역 북카페 '북앤카페 쿠아레'에 이어, 8월 마지막 날엔 대학로 작은도서관 '호모북커스'에서 독자들과 낭독-담소 모임을 가졌다. 입구에 붙어 있는 수작업 포스터부터 환대의 기운 물씬하니 얼굴이 절로 붉어지고 낯선 이, 아는 책, 서툰 말이 오가는 시간은 마냥 수줍게 흐른다. '희망없는 것..
북바이북 작가번개 "삶은 나날들이 아니다. 삶은 밀도다." - (조에 부스케, 봄날의책) 중에서 글쓰기의 열망들, 밀도 높은 시간의 기록. "글쓰기는 노역이다. 글 쓰는 고통보다 글 쓰지 않는 고통이 더 클 때만 쓸 수 있다.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길. 쓰고싶을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진심을 다해 말하지만, 그래도 말을 '많이' 하고 나면 황지우 시구처럼 "하루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다정하게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