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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선셋책방

손맛으로도 먹고삽니다

'먹다'와 '살다'의 가치를 지키는 것


먹다와 살다. 평생 안고 가는 화두다.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라며 긴 한숨의 꼬리를 물고 자기 생을 회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의 말대로 우리는 평범하게 (먹고) 살기 위해 죽을만큼 노력해야 하는 이상한 시대에 산다. 그래서 이 책의 기획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대박 신화’가 아닌 ‘먹고 살기’로 접근한 음식점 창업 성공기. 

그 주인공들을 직접 만났을 때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첫째는 정성스런 음식을 먹고 자랐다. 할머니나 엄마가 손맛이 좋아서 잘 먹었거나, 외부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잘 먹었거나. 오랜 세월 손맛이 몸에 쌓여 자기의 ‘손맛’이 되고 장사의 ‘밑천’이 된 것이다. 

둘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에서 아이템을 발굴했다. 당시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닌 어릴 때부터 먹어본 국수, 반찬, 곡물, 빵 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나만의 메뉴를 찾았다. 

셋째는 한번 맺은 인연을 귀히 여겼다. 작은 가게는 소수의 고객을 상대하기 마련이다. 늘 일정한 레시피로 최상의 맛을 선보일 때 고객이 입소문을 내고 단골이 늘며 안정화되는 구조였다. 돈보다 맛을 지키며 신의를 쌓아간 것이다. 

그러니까 손맛으로 먹고 사는 비결은, 이것이다. 가혹한 경쟁에 무모한 유행에 휘말리지 않고 ‘먹다’와 ‘살다’의 가치를 지키는 것. 내가 잘하는 음식으로 나도 살고 남도 살고, 이 얼마나 멋진 삶의 시나리오인가. 이 책이 조금이라도 영감과 힌트를 줄 수 있길 바란다. 


--- <손맛으로도 먹고삽니다> 프롤로그 


제가 필진으로 참여한 책이 나왔습니다. 교보문고에서 빵처럼 팔리는 책 <손재주로도 먹고삽니다>의 자매책 <손맛으로도 먹고삽니다>입니다. 워낙 사보기자 할 때부터 '맛집 취재'를 좋아했고 사람 살아가는 일 들여다보길 좋아하니 기쁜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귀한 친구들과 같이 일할 수 있어 재미졌네요. 실용서 쪽으로 감각이 둔한 나를 구박도 안 하고 솔선수범하여 이끌어준 공동저자 박희선, 일겸 놀이겸이 가능한 같이 오래 있어도 말길이 끊기지 않은 벗 정정호, 대인배 편집장이랑 일하는 복락을 선사해준 권명희 선배에게 고맙습니다. 주변에 혹시 손맛 좋은 분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이 책을 내면서 '인문서'에서는 감히 꿈꿀 수 없는 안정된 인세수입의 사심 또한 품었음을 고백합니다. 세상에 필요한 책으로 자라나길.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1504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