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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삶공동체

성북동, 최순우 옛집

두문 즉시심산 (杜門卽是深山). 문을 닫아 걸면 이곳이 곧 깊은 산중이다, 라는 뜻이다. 혜곡 최순우 옛집에 걸린 편액이다. 최순우는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분으로 미술사학자다. 성북동 자락에 그가 살던 고졸한 아름다움이 배인 한옥이 보존되어 있다. 조붓한 앞마당도 좋지만 모퉁이 돌면 나타나는 수려한 뒷뜰에 취한다. 햇살과 바람과 잎새 종일 뒤척이는 그곳, 깊은 산중이라 할만 하다. 


최순우는 창호지 문 열고 들어가면 가 닿는 깊은 산중 '자기만의 방' 에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라는 책을 썼다고 한다. 읽어보고 싶다. 그 방을 생각하며. 김수영이 나는 혁명은 안 되고 방만 바꾸었다고 했는데, 나는 글은 안 쓰고 글방만 보면 탐낸다. 훔치고 싶은 방. 


어제 성북동 전시장 오뉴월 갔다가 정호씨가 가보자고 해서 우연히 들른 곳, 최순우 옛집. 이건 분명 공간 체험인데 나는 다른 시간대를 지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