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장례식

[차오르는말들]

 

엄마, 오늘 하리 죽은 지 24일째야.” 딸아이가 무심히 말했다. 하리는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다. 아니다. 키웠다고 말하기엔 해준 게 없다. 심지어 나는 얼굴도 몇 번 못 보았고 쓰다듬어 보지도 못했으니까.

나는 그간 애완동물을 키우자는 아이들의 집요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키우는 건 너네로 족하다고 공언했다. 집에 화초 한 포기 갖다 놓고 물주는 일도 내키질 않았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 우주를 떠받드는 일과 다르지 않았기에 개나 고양이 털 한 올이라도 더해진다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들의 친구가 기르던 고양이가 왔다. “생후 10개월 밖에 안 됐는데 두 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고양이가 딱하다는 말에 나도 맘이 흔들렸다. 아들은 용돈을 아껴 사료비를 대고 대소변을 치우는 등 정서적 물질적 양육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고양이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허나 세상사 얄궂다. 고양이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두문불출 칩거했다. 나는 발길이 자꾸 갔다. 집안 어느 구석에 체온덩어리가 있다는 게 마음 쓰이지 뭔가. 이것이 말로만 듣던 밀당인가. 살금살금 들어가면 쌀쌀맞게 야옹~’ 했다. 그러길 일주일 지나자 고양이는 아들의 품에 공처럼 폭 안겨 있곤 했다. 아들은 고양이랑 새벽까지 놀다가 잔다고 으스댔다. 녀석은 마침내 내게도 야광봉 같은 눈길을 주었다. 정면으로 용안을 마주한 날, 나는 하리야부르며 정식으로 통성명을 했다. 아들은 고양이가 적응을 한 것 같다며 중성화 수술을 시키러 병원에 간다고 했고, 그날 오후 비보가 날아들었다. 하리가 마취 쇼크로 운명했다는 것이다.

열사흘 만이다. 만나자 이별이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다. 비유가 아니라 수의사는 골프 치다가 골프채에 벼락 맞아서 죽을 확률만큼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아들은 눈물바람 하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개나 고양이가 죽으면 어디로 어떻게 가는가. 알아봤더니 일반쓰레기 봉투에 분리배출 하는 것이라고 규정이라고 했다. 철렁했다. 속이 비치는 홑겹 비닐에 싸여 오물들과 뒤섞여 내동댕이쳐지는 존재라니. 남편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알아봤다. 딸아이는 고양이 장례식에 간다며 검은 옷을 챙겨두고 잠들었다. 남편과 아이들, 아들 친구는 하리의 장례 절차를 마치고 강화도의 한 사찰 근방에 뿌려주었다.

한달 후, 고양이 장례비용으로 쓴 20만원의 카드대금이 나왔다. 사랑의 시간이 가면 통속의 시간이 온다더니, 아니 사랑은 끝나도 카드 값은 남는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예기치 않은 지출로 잠시 근심하는 엄마와 달리 딸아이는 오늘도 하리의 생전 동영상을 틀어놓고 화면에다 얼굴을 들이밀고 같이 갸르릉거린다. “엄마, 하리가 10개월에 죽었잖아. 그게 사람 나이로 치면 17살이래. 2. 세월호에 죽은 언니오빠들이랑 신세가 같아.” 애도란 자기 안에 타자의 묘소를 마련하는 일(자크 데리다)이라고 했던가. 엄마가 세속의 시간을 사는 동안 열세 살 딸아이는 애도의 시간을 살고 있다. 하리가 죽은 지 24. 단원고 아이들이 죽은 지 164. 어른들 잘못으로 별안간 떠나간 무구한 영혼들, 그곳에서 다 같이 행복하길.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황인숙,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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